(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지난 여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선 관련 시나리오가 있었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지만 우편투표의 개표가 완료되는 시점에 승부가 뒤집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의 개표가 완료되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개표 초반에 승리를 선언해 권력 이양을 거부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민주당 계열의 선거 관련 조사업체인 ‘호그피시’도 이같은 시나리오에 동의하고 있다. 호크피시는 블룸버그 통신 창업자인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민주당 대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호그피시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직접 투표를 선호하기에 개표 결과가 선거 당일 밤 집계된다. 따라서 선거 당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편으로 많이 투표하는 민주당의 투표는 며칠에 걸쳐 집계된다.
호크피시가 설계한 분석 모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의 15%를 개표한 상태인 선거 당일 밤에는 408대 130으로 압도적인 선거인단을 확보한다.
하지만 우편투표의 75%가 개표된 시점인 4일 후 선두는 바이든으로 바뀐다. 이 모델은 결국 바이든 후보가 334대 204로 대승을 거둔다고 예상했다.
호크피시는 2020년 7월1일부터 8월16일까지 50개 주와 워싱턴DC의 등록 유권자 1만7263명을 대상으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며, 우편 또는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할 것인지 여부를 조사한 후 이같이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에 문제성을 짚으며 대선 불복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선 이후 어떤 결과도 나오더라도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하겠다고 지금 여기서 약속해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글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대선 결과를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적이 있다. 또 헌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지만 2연임을 넘어 3연임하겠다는 의향을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편투표 논란으로 개표가 늦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대통령 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의 CNN은 최근 1887년 제정된 ‘선거인 계수법(Electoral Count Act)’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선언 이후 합법적으로 백악관에 머무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이 법에 따르면 각 주는 대선 후 41일 내(12월14일) 의회에 선거인 명단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우편투표 논란이 불거질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의 합법성과 개표 절차를 두고 문제를 제기해 곳곳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개표가 지연돼 12월14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는 주가 속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선거인 계수법에 따라 명단제출 마감일 기준 최다 득표한 후보가 선거인단을 가져가게 된다. 우편투표는 늦게 집계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해진다.
선거인단을 두고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의회와 주지사의 의견이 엇갈려 두 개의 선거인단이 의회로 보내질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느 쪽도 과반수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헌법에 따라 연방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연방하원은 득표율 상위 3명 가운데 한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문제는 이때 하원 의원 한 명당 1표씩 갖는 게 아니라 한 주당 1표씩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50개주가 각각 한 표씩 행사한다는 의미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하원 의석분포를 보면 민주당 232석, 공화 198석이다. 그래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가 하원 의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26개주는 공화당, 23개주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따라서 주별 1표를 행사할 경우,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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