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플렉센의 피칭을 지켜보는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오른쪽). 김원형 코치는 SK 와이번스의 제8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두산 베어스가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선수는 물론 감독도 두산 출신이 넘쳐난다. 여기저기서 화수분이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6일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를 제8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에 감독으로 선임돼 팀을 옮기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SK는 "당초 김 신임 감독의 현 소속팀인 두산이 포스트시즌을 진행하고 있어 포스트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감독 선임 발표를 할 계획이었으나 두산 구단의 진정성 있는 배려로 발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두산은 한 시즌 마운드 운영을 책임졌던 투수코치 없이 남은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됐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7일 두산 선수단 인사를 마치고 9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시작하는 SK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두산은 LG 트윈스를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으로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다.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2015년과 비슷한 행보다. 야구계는 이번에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SK의 설명대로 '진정성 있는 배려'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습 효과'에 따른 고육책이다. 두산은 2017년과 2018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내부 결속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2017년에는 한용덕 당시 수석코치의 한화 이글스 감독 내정설이 파다한 가운데 한국시리즈를 치러 KIA 타이거즈에 우승을 내줬다. 2018년에는 한술 더 떠 이강철 당시 수석코치의 KT 위즈 감독 부임이 발표된 상황에서 SK 와이번스에 패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2018년 이강철 당시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양의지(왼쪽), 유희관(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타 구단 감독 내정자와 한배를 타고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두산은 두 차례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내부 결속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결국 이번에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예 김원형 투수코치를 떠나보내고 남은 포스트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최근 4년 동안 두산 코치 중에 타 구단 감독으로 '영전'한 사례가 3차례나 나왔다. 39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만큼 두산이 지도자 육성 능력이 뛰어나며, 좋은 지도자를 영입하는'보는 눈'이 있다는 의미다.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발굴해 내는 '화수분 야구'는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두산에서 FA 자격을 얻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많다. 두산 출신 FA 선수는 단순히 새로운 팀에 전력적 보탬이 되는 것을 넘어, 팀의 체질 개선에 앞장선다.

두산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내부 FA의 타 구단 이적을 바라봤다. 2017년 이원석(삼성 라이온즈·4년 27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김현수(LG·4년 115억원)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4년 80억원), 2019년 양의지(NC 다이노스·4년 125억원) 등 주축 4명이 차레로 팀을 떠났다.

4명의 몸값 총액을 더하면 무려 347억원에 이른다. 두산은 300억원 이상을 지출해 내부 FA를 잡는 대신 그들을 떠나보내며 거꾸로 보상금을 41억원 챙겼다. 보상선수 중에 이형범은 2019년 팀의 필승 불펜으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두산을 떠난 FA 선수들이 새로운 소속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김현수와 민병헌, 양의지는 새로운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이원석도 베테랑으로서 삼성의 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김현수와 양의지는 '팀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영향력 발휘했다.

당장 남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도 '두산 시리즈'로 명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KT와 두산의 플레이오프는 '감독-수석코치'로 인연을 맺은 이강철-김태형 감독의 사령탑 대결이 주목받는다. 만약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다면 NC 양의지와 두산 선수들의 대결이 볼거리로 떠오르게 된다.

두산은 2015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그중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왕조'가 열렸다는 평가도 많다. 타 구단의 감독과 핵심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것까지, 두산 출신이 KBO리그를 지배하는 분위기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두산에서는 다시 핵심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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