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조용병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ISS에 이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들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사외이사진 전원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큰 표 차이로 연임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기관투자자들을 대표하는 의결권자문사와 국민연금이 '종이 호랑이'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 25일 정기주총에서 지난 3일 정기이사회에서 추천한 4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확정했다. 주총 결과 진옥동 기타비상무이사, 박안순(대성상사 주식회사 회장)·변양호(VIG파트너스 고문)·성재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윤재(전 대통령재정경제비서관)·최경록(CYS 대표이사)·허용학(First Bridge Strategy Ltd. 최고경영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라임 펀드 사태 관련 징계, 취업비리 관련 유죄 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지지 등을 이유로 진 행장과 기존 사외이사 6명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주주들에게 권했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비슷한 이유로 전원 반대 의견을 냈다.


26일 주총이 열리는 우리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해임에 실패했다며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의견을 권고했고, 2대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마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찬성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측은 "지금까지 대리 행사된 의결권을 집계한 결과 이번 주총 안건들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지난해 ISS와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우리금융에 손태승, 조용병 회장의 연임 안건을 반대했으나 우리금융은 66.05대 33.94로, 신한금융은 56.43대 43.57로 연임이 가결됐다. 특히 신한금융은 외국인 지분이 70%를 넘었지만 ISS 권고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지주가 ESG 경영 추진하는 한편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의 권고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ESG 경영의 핵심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취약한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진이 필요하다는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