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동학’(국내 주식시장)에서 ‘서학’(해외 주식시장)으로 넘어간 개인투자자 주식 열풍이 이어지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주효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주식 거래대금이 향후 축소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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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파워’ 살아있네… 증권사, 줄줄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 ━
22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순이익)을 올린 곳은 ▲한국투자증권(3506억원) ▲미래에셋증권(2912억원) ▲삼성증권(2890억원) ▲NH투자증권(2575억원) ▲KB증권(2225억원) ▲메리츠증권(2094억원) ▲KTB투자증권(449억원) ▲현대차증권(412억원) 등 8곳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증권사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키움증권 순이익은 2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5%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60% 증가한 1681억원, 대신증권은 105% 늘어난 97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실적 호조의 주요 공신으로는 브로커리지 수익이 꼽힌다. 국내주식에 이어 해외주식까지 섭렵한 ‘개미’의 힘은 여전히 건실했다. 투자은행(IB) 부문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증가와 함께 인기가 높아진 기업공개(IPO)가 IB부문 성장에 힘을 보탰다.
올 1분기 코스피·코스닥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123% 늘어난 규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2800선에서 올 1분기 3200선까지 돌파하면서 주식 거래가 크게 늘었다
‘개미’ 효과를 가장 크게 본 키움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26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5% 증가했다. 리테일(개인)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27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0% 증가했다. 리테일 순영업수익 중 국내주식 부문은 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났고 해외주식은 589억원으로 601% 폭증했다.
비중별로 살펴보면 해외주식 성장세가 더 두드러진다. 리테일 영업수익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5.2%포인트 증가하며 21.7%까지 확대됐다. 국내주식의 비중은 36.1%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삼성증권 역시 거래대금 급증 효과를 톡톡히 봤다.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이 101% 성장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1분기 순수탁수수료는 2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7% 증가했다.
1분기 대어급 IPO가 잇따르면서 투자은행(IB) 부문도 증권사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은 IB 부문 수익이 전년 대비 40.9% 증가한 940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레스토랑그룹·한온시스템·SK해운 등의 딜 금융도 주선하며 IB 부문 성과인 채무보증관련 수수료가 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급증했다. IB 관련 이자수익은 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KTB투자증권도 IB 부문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수수료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채무보증관련 수수료는 1분기 319억원으로 전 분기(8억원)보다 34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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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호실적 고공행진은 2분기 실적감소의 전조?━
증권사 주가도 사상 최대 실적을 타고 우상향하고 있다. 이달 17일 기준 13개 증권주로 만든 KRX증권지수는 853.86으로 올 초(1월4일) 739.06 보다 114.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은 16% 올랐고 ▲삼성증권(10%) ▲키움증권(8%) ▲미래에셋증권(7%)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소형 증권사의 주가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한양증권은 62% 상승했고 ▲DB금융투자(56%) ▲SK증권(24%) ▲상상인증권(27%) 등도 20% 이상 올랐다.
대신증권은 호실적에 더해 지난 3월 배당금을 기존 대비 20% 증액하겠다고 밝히면서 17일 종가 기준 올 초 대비 주가가 44% 올랐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10일(종가 기준 5020원) 39% 가까이 올랐다가 배당성향을 10%로 축소하겠다는 소식에 폭락해 16% 상승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 목표 주가는 더 올라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NH투자증권의 목표 주가를 기존보다 13.3% 올린 1만7000원까지 올려 잡았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옵티머스 관련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기업금융 강자인 NH투자증권에게 올해 금융 환경은 긍정적”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유사한 규모의 충당금이 발생한다는 가정에도 안정적인 실적 및 시가배당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래에셋증권 목표 주가를 16.7% 상향한 1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프리IPO 단계의 해외 투자자산에서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투자자금 회수도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면서 증권사가 현재의 실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2분기 들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8조원 수준으로 전 분기 평균 대비 16%가량 줄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4월 증권업종 주요 영업지표는 당초 우려보다는 양호한 흐름으로 시작됐다”면서 “분기 기준 거래대금 차이뿐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 투자성과, 배당 및 분배금 효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익의 기저 효과 등으로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감소하는 흐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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