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11일 두 번째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적폐수사'를 두고 4명의 후보 모두 발언을 자제했다. 여야 지지층 결집 등 다양한 정치적 해석과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적폐수사'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MBN 스튜디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적폐수사' 관련 발언이 등장한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적폐수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여권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윤 후보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등 불씨는 더 크게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안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이같은 상황을 꼬집으며 "갑자기 정치보복 논란이 불거졌다"며 "기득권 양당 1·2번 후보 누가 당선되더라도 앞으로 5년간 국민은 반으로 갈라져 싸울 것"이라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두 번째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양당체제 극복을 주장하며 "양당체제에서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정치를 한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우 자기를 중용해준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공연하게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고 위협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안 후보에게 한 질문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적폐수사'를 언급한 윤 후보는 이에 대한 대답의 기회가 없었다.
또한 이 발언은 질문이 아닌, 이 후보가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수준에서 언급돼 안 후보 역시 이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으니, 윤 후보도 자신의 주도권 발언 기회가 왔을 때 해명에 나서지도 않았다.
이 후보는 해당 발언 막바지에 "선거 때 싸우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원팀이 되자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안 후보에게 물었고, 안 후보는 "제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라고 답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났다.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적폐수사가 주요 주제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차 TV토론회 당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관련 공방이 없었는데, 당시 1차 토론회라는 이유로 네거티브를 지향했다면 이번에는 두 번째 토론회인 만큼 본격적인 네거티브 공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4명의 후보가 적폐수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논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윤 후보는 '적폐청산'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권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면서 여권 지지층 결집 현상이 예상되는 등 여야 어느 쪽도 쉽게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이를 고려해 아예 언급을 피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이 후보가 공격했다면 윤 후보에게 정부 공격 빌미를 줄 수 있고, 반대로 윤 후보가 공격했다면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었다.
정치보복을 거론한 안 후보의 경우 거대 양당을 비판한 자신의 출마 명분을 한 번 더 각인시키기 위해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입장에선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토론에서 '적폐청산' 화제가 될 경우 유리할 게 없는 상황으로 언급 자체를 안 한 모습이다. 적폐청산 논란이 커질수록 이, 윤 두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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