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볕 드는 조선업계, 올해도 역대급 수주 간다
②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 사태… 조선업계 ‘표정관리’
③ ‘신 해양강국’ 약속한 윤석열… 대우조선 정상화는 어떻게?
④ 수주는 좋은데… 흑자전환은 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조선업계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양국의 전쟁으로 인한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후판가격이 치솟아 조선사들의 원가부담을 높이는 점은 악재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해 국내 조선사가 러시아 수주물량의 대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면 이번 사태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가 증가하며 해당 분야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 조선사들에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원자잿값 인상에 후판 가격도 껑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철강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쇳물을 생산할 때 연료로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3월22일 기준 톤당 613.25달러로 지난해 3월 톤당 110달러 대비 1년 새 5.7배가량 치솟았다. 세계 4위 제철용 원료탄 수출국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원료탄 수출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철광석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3월18일 기준 톤당 142.55달러로 연초(1월7일) 톤당 125.18달러대비 두 달여 만에 13.8%가량 뛰었다.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원자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고 있다. 이에 톤당 후판 가격이 지난달에만 2만~6만원가량 오르면서 수요처인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연간 수주목표는 초과 달성했지만 후판 가격이 톤당 60만~70만원대에서 110만원대로 40만원가량 치솟으면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는 지난해 각각 1조3848억원, 1조7547억원,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조로 업계가 호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정작 실적은 조선 3사 모두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올해 후판가격이 추가로 오른다면 원가부담이 커져 실적 개선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대금 회수 문제도 부담이다. 미국, 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 일환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했다. 이로 인해 달러를 통한 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국내 조선사가 러시아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조선 빅3가 러시아와 맺은 선박 계약 규모는 7조원을 넘는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해 외화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하도록 한 점도 문제다. 루블화 가치는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 이후 반토막 나 선박 잔금을 루블화로 지급 받을 경우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계약 이후 건조 작업을 거쳐 인도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현 단계에서 피해규모를 예상하긴 시기상조”라며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글로벌 수주 확대 기회 열릴 수도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 활성화, 국내 조선사가 재고로 안고 있는 드릴십(원유 시추선) 매각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고 드릴십은 1기당 매년 100억원 이상의 유지보수비가 소요되는 조선업계의 골칫거리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3척과 2척의 드릴십 재고를 안고 있다. 해양플랜트 시장 호황기였던 2010년 전후 수주한 물량이지만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선주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 재고를 떠안게 됐다. 현재 양사는 재고 드릴십 매각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수주도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초 미국 셰브론으로부터 6561억원 규모의 가스전 제어 설비(FCS) 1기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부터 부유식 원유 저장생산설비(FPSO) 본격 건조에 들어갔다.

LNG 운반선 발주 확대도 국내 조선업계엔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가스관 사업인 ‘노드스트림2’ 사업 승인절차를 중단했고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공급을 제한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이 파이프라인(PNG) 운송물량을 LNG로 대체하면 선박 발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노드스트림2의 연간 운송 천연가스는 55bcm(1bcm은 10억㎥)이며 LNG선 한 척이 연간 운송하는 LNG는 약 0.8bcm이다. 이를 감안할 때 ‘노드스트림2’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약 70척의 LNG선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75척 가운데 86%(65척)을 수주하며 LNG 분야에서의 경쟁우위를 입증한 바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LNG선은 영하 162도의 LNG를 저장해야해 다른 화물선에 비해 공정이 복잡하고 초저온 액화상태에서 운반돼 자연기화가 생기기 때문에 건조 기술력에 따라 기화율 및 운항효율이 달라지게 된다”며 “건조 화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이나 정형화된 컨테이너선, 탱커선에 비해 중국과의 격차가 확연한 선종으로 LNG선 시장의 확대는 한국 조선소에 수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