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2025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4학년 재학생 및 졸업생(유예·예정 포함) 중 60.5%가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직활동 실태에 대한 응답 중 ▲의례적 구직(32.2%) ▲거의 안 함(21.5%) ▲쉬고 있음(6.8%)을 합한 수치다. 대학 졸업(예정)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실질적인 취업 준비나 명확한 계획 없이 구직 시장의 문턱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이 소극적 구직 상태에 놓인 배경에는 자신의 역량과 구직 결과를 둘러싼 비관적 판단이 자리한다. 응답자의 37.5%는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 지식 부족에 따른 추가 준비'를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22.0%로 두 응답의 합은 절반을 넘는다. 지원 이전의 단계부터 자신을 걸러내는 자기 검열이 청년 대다수의 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심리적 위축은 노동시장 진입 속도에서도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년들이 첫 취업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대졸 이상 청년의 첫 취업 소요 기간은 8.8개월로 2006년 해당 지표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졸업 이후 상당한 시간을 재학습과 대기 상태로 보내며 사회 진출을 늦추는 흐름이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주관식 세상에 던져진 '객관식 인간'━
문제는 교육 방식과 노동시장의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에게 본인의 차별성을 드러낼 것을 요구한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자기 생각과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지만 교육 과정에서 이를 연습할 기회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자기 증명의 기준을 찾지 못한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정규직 등 실패 위험이 낮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정답'으로 쏠린다. 지난해 5월 국가데이터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3~34세 응답자의 28.7%가 대기업을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학습된 가치관과 현실의 괴리가 낳은 인지 부조화는 불안을 증폭시킨다. 2024년 기준 청년층의 32.2%는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의 원인으로는 진로 불안이 39.1%로 가장 많았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검증된 답을 좇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가 청년층 전반에 무력감을 확산시킨다는 해석이다.
━
미충원 10만명에도 30대 '쉬었음' 최대치━
전문가들은 교육과 노동시장을 관통하는 '승자 독식 구조'가 청년들의 자기 검열과 미스매치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반에 30명이 있으면 1등을 만들기 위해 29명이 희생하는 구조가 지금까지 교육의 기본 전제였다"며 "이 체계가 그대로 노동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소수의 '위너'를 제외한 나머지를 실패자로 만드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몇몇 선택을 벗어날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위험한 선택이 된다"며 "실패하면 '네 탓'이 되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이 검증된 답 외의 길을 피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