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파업을 계기로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진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 토론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이후 준공영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철도망을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전환하고 공공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겸임교수)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 토론회' 발제에서 "공공과 민간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는 혼합 모델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공 주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후 버스 속도 개선·요금 체계를 정비했으나 매년 운송 적자가 늘고 있다. 민간 버스회사가 운행을 담당하고 노선·운행 체계는 공공이 관리하는 방식에 수입·비용에 따라 공적 재정이 보전하고 있어서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의 운송 적자는 연간 약 5000억원에 달한다. 계속된 적자에도 시의 재정 지원에 주주 배당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사모펀드가 진입한 후 배당금은 2015년 222억원에서 2023년 581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장 소장은 "사모펀드가 시내버스를 장악하며 공공 교통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며 "이익 극대화 흐름에 따라 저수익 노선은 감축·폐지됐고 증가한 재원이 시내버스 서비스 개선보다는 투자금 회수와 배당으로 흘러갔다"고 꼬집었다.
'공공성 회복' 개편론 부상… "철도망 공백 메우는 노선 재배치해야"
이날 정책 토론회에선 시내버스의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마을버스는 가동비와 보유비를 기준으로 정산받는 반면 시내버스는 적정 이윤을 보전 받는다. 마을버스가 1대당 지원 한도금액이 설정됐다면 시내버스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현행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에 드는 모든 비용에 더해 업체의 이윤(연간 최대 458억원 추정)까지 표준운송원가에 포함해 서울시가 100% 보전해주는 구조라 비용을 절감할 동기가 거의 없다"며 "시내버스 재정 적자를 서울시 재정 지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누적 부채는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구청장은 "광역·간선·지선 철도망을 서울시 대중교통 뼈대로 설정해야 한다"며 "시내버스는 철도망과 과도하게 중복되는 노선을 정리하고 철도망 공백을 메우는 보완적 노선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성동구는 '공공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공공버스를 통해 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고령층 증가에 따라 지하철은 무료지만 시내버스는 유료인 현 구조의 공공성 한계를 보완하려는 취지다.

정 구청장은 "철도망 중심의 교통 체계로 가기 위해서는 강북 지역 철도망 불균형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며 "강북횡단선 등 추진이 중단된 경전철 사업들이 보완돼야 전체적인 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시내버스가 운영비 절감을 중심으로 노선을 조정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8년 기준 마을버스 대당 재정 지원액은 43만원, 시내버스는 61만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각각 45만원, 82만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승객 수가 회복됐으나 재정 지원은 줄지 않고 확대됐다"며 "현행 준공영제가 수요 변화나 운영 성과와 제대로 연동되지 못하고 통제와 책임이 강화되지 않아 자칫 형식만 다른 민자 사업 모델로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준운송원가 산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과도한 이윤·배당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