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호가를 고수하던 '동전주'(1주당 1000원 미만 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2일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과 시가총액·매출액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한 직후 코스닥 M&A 시장이 술렁인다는 것. 업계에서는 그간 매도자 우위였던 코스닥 M&A 시장이 빠르게 매수자 우위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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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급매물처럼 떨어지는 동전주 경영권 호가━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 발표 이후 동전주 기업인들의 경영권 매각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발표 이전까지는 오너들이 원하는 가격을 고수하거나 그보다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원하는 매각가보다 20~30% 낮게 제시하거나 보유 지분 전부가 아닌 일부만 넘기고 나머지는 2대 주주로 남겠다는 조건을 먼저 내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물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표현했다.이런 변화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번 개혁방안에서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건 동전주 요건 신설이다. 오는 7월1일부터 1000원 미만 동전주는 30거래일 연속 해당 시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여기에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요건으로 추가됐고 공시위반 기준도 기존 누적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심사 대상에 오른다. 이 4대 요건은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거래소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예상 50개 내외였던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약 150개사 내외(100~220개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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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데드라인… 4~6월 협상 성사 못 하면 매도 힘들어━
문제는 시간이다. 업계는 4~6월을 사실상 마지막 협상 구간으로 보고 있다. 4월에 협의를 시작해 5월에 계약을 맺더라도, 양수도가 마무리되는 7월 시점에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인수자는 경영권을 쥐자마자 관리종목 편입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실상 경영권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주가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셈이다.여기에 사채를 활용한 M&A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담보로 잡힌 주식이 반대매매로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 폭락→관리종목 편입→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수순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관 중심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 없이는 딜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매도인도 매수인의 자금력과 신뢰도를 꼼꼼히 검증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과거에는 양수도가 실패해도 상장폐지와 직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주가 하락→동전주 요건 충족→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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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병합은 묘수 아냐… 시총·매출 요건이 또 기다린다━
탈출구로 거론되는 액면병합도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병합 후 주당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주가가 내리면 시가총액도 함께 줄어 이번에 강화된 시총 요건에 동시에 걸릴 수 있다. 당국도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를 동전주 요건에 포함해 우회로를 미리 차단했다.동전주 문제와 별개로 시총 요건 강화는 수년에 걸쳐 구조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코스닥 시총 요건은 올해 1월 이미 150억원으로 한 차례 올랐고 오는 7월 200억원, 내년 1월에는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된다. 코스피 역시 마찬가지다. 오는 7월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여기에 매출액 요건도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어서 당장 시총 기준을 버텨낸다 해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올해 동전주 기준을 피해 가더라도 내년, 내후년에 시총이나 매출 기준에 걸리는 기업이 상당수인 만큼 매물 출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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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상장사에 '무늬만 신사업'… 부실 결합 속출 우려도━
퇴출을 피하려는 동전주 오너들이 신규 사업 모멘텀 확보를 위해 비상장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간이 촉박할수록 옥석 가리기가 어려워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펀더멘탈이 떨어지는 비상장사가 포장돼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사업성보다 동전주 탈출이라는 목적에 맞춰 급조된 비상장사가 상장사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비상장사는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개혁방안은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담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그 충격파를 빠르게 흡수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늘고 시간은 줄었다"며 "정책의 성패는 속도만큼이나 시장의 질적 변화를 얼마나 유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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