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의 수입산 멸균우유가 시장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체감효과가 떨어지는 박물관 전시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는 모습. /사진=뉴스1
수입산 멸균우유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우유의 소비 촉진을 담당하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할인행사 지원 예산의 두배를 박물관 전시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소비자 체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올해 사업계획서(안)에 따르면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4년 46.7%까지 낮아졌다. 장기적인 하락세 속 최근 늘어나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국내 멸균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6톤에서 2024년 4만8671톤으로 4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폴란드산 멸균우유는 온라인몰 기준 리터당 1600~1900원대로 같은 용량의 국산 냉장우유보다 1000원가량 저렴하다. 지난달부터 미국산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된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유럽산에 적용되는 관세까지 철폐되면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은 리터당 수십원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도 가격을 주요 선택 기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18.8%는 우유 구입 시 가격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맛(31.2%)과 품질(21.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직접 할인보다 박물관 전시 선택…"소비 진작 효과 의문"
이처럼 가격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소비 유도 전략이 시장 현실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할인지원 사업' 예산으로 2억원을 편성했다. 직접적으로 가격 할인을 지원하는 프로모션 및 이벤트에 1억원, 신규 유통채널 입점 등 판로 확대 지원사업에 1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반면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국립농업박물관 우유 전시·체험사업'에는 4억원을 배정했다. 수원에 위치한 국립농업박물관 내에서 전시 및 체험관을 운영하면서 국산 우유의 우수성과 신선함을 홍보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실제 우유 소비 증가나 자급률 반등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전국 단위로 운영 중인 '찾아가는 우유 교실' 등 기존 홍보 사업과의 차별성도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 배분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국내 우유를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박물관에 4억원을 들이는 것이 소비를 늘리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할인 지원 등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이 우선"이라며 "전시 사업은 후순위로 미루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측은 "농업박물관 연간 행사와 같이 진행할 수 있고 가족 단위 참관객이나 어린이집에서 견학을 오는 경우도 많다"며 "국산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찾아가는 우유 교실은 어린이와 시니어가 대상이고 농업박물관 사업은 가족 단위 프로그램이라 운영 대상이 다르다"고 부연했다.

할인지원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에는 "수치상으로는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유제품 단가를 고려하면 2억원의 예산으로도 꽤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단순 금액이 아닌 실제 혜택을 받는 소비자 수를 기준으로 사업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