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 4일 경주에서 열린 필랑트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랜드의 공식적인 부활을 선언했다.
과거 1세대 'SM5'의 내구성 신화와 'QM3'를 통한 소형 SUV 시장 개척으로 내수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르노코리아는 지난 4년간 신차 부재로 위기를 겪어왔다. 파리 사장이 이번 행사에서 필랑트를 직접 소개하며 '귀환'을 강조한 배경에는 단순한 라인업 확장을 넘어 그룹 내 하이엔드 개발 허브로서 르노코리아의 기술적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르노그룹은 필랑트 출시를 통해 한국을 글로벌 허브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 초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을 발표하고 한국을 하이엔드 D/E세그먼트(중형 및 준대형)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전담하는 허브로 지정했다.
과거 한국 법인이 글로벌 모델을 들여와 판매하는 '전초기지'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프리미엄 라인업의 '발원지'가 된 셈이다. 필랑트는 이러한 전략 아래 탄생한 첫 번째 플래그십 모델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2027년 초부터 중남미와 중동 등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부산공장은 이를 위해 주요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친환경 제조 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파리 사장이 "글로벌 시장의 피드백이 이미 고무적"이라고 밝힌 배경에는 한국 연구진의 기술 노하우와 생산 품질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강한 신뢰가 깔려 있다.
필랑트는 효율적인 고성능을 자랑한다. 업그레이드된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은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듀얼 모터의 조합을 통해 합산 최고 출력 250마력(ps)을 발휘한다. 특히 1.64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도심 구간 주행의 최대 75%를 전기 모드로 소화할 수 있으며 복합 연비는 15.1㎞/ℓ다.
파리 사장은 시승에 나선 기자들에게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선사하는 매끄러운 가속과 정숙성, 그리고 정교한 주행 질감을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필랑트에는 노면 진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적용돼 고속 주행 시의 안락함과 코너링 시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는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를 표방한다. 2820㎜의 휠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넉넉한 거주 공간은 물론, 동승석까지 길게 이어진 12.3인치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 압도적인 개방감을 준다. 단순한 디스플레이 확장을 넘어 르노는 이곳에 생성형 AI 기술을 전면 배치했다.
챗(Chat)GPT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차량 매뉴얼 '팁스'(Tips)와 한국어 특화 LLM이 적용된 AI 비서 '에이닷 오토'는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차량 제어 및 경로 추천을 수행한다. 또한 인-카 게이밍 시스템인 'R:레이싱' 등을 통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알렸다.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시 테크노 트림 기준 4331만원부터 시작하며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 1955 모델도 5218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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