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앞. 출근시간이었지만 차량들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주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지어 선 차들 정면에 위치한 가격표엔 리터(ℓ)당 휘발유 1787원, 경유 1796원이 적혀있었다. 이곳은 서울 내 최저가 주유소 중 하나다. 차에서 본인 차례를 기다리던 20대 이 씨는 "저렴하다고 소문난 곳이라 퇴근 시간엔 줄이 더 길 거 같아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커지자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했었다. 걸프국들을 향한 이란의 공격 이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원유 생산을 감축한다고 발표하자 중동산 원유 수급 불확실성도 커졌다.
통상 국제유가는 운송에 20일가량이 소요되기에 상승분이 2~3주 후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하지만 원유 수급 불확실성이 커졌고 환율도 가파르게 올라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 상승 위험분을 공급가에 선반영했고 국내 기름값은 빠르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907.31원,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31.91원으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당 각각 1692.58원, 1597.24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주도 채 되지 않아 200원 이상 올랐다.
주유소에서 만난 운송업 종사자 50대 정 씨는 "운송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며 "기름값이 더 오르면 일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엔 정부 주도 가격 통제 시 정유사와 석유판매업자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 중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40대 하 씨는 "지난 3일부터 정유사들에서 일제히 공급 가격을 올렸다"며 "우리는 정유사를 대신해 기름을 파는 입장이기에 공급가가 오르면 기름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정유사 공급 단가에 적용하는 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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