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계소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 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동 지역 정세 급변 여파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잡아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인데 한편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 관련 경제 분야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보고하며 "에너지 민생 분야에 있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금주 내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된다. 정부가 물가 상승에 영향이 큰 유가 상승율을 조정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906.43원이다. 정부가 연일 기름값 상승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전날보다 0.52원 내리긴 했으나 사흘 연속 1900원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인 2월27일 가격이 1692.58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10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유가는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품목의 가중치는 46.6으로 농수산물보다도 높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석유 제품의 가격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강제하면 기름값 급등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나 원유를 필수원료로 사용하는 주요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가격 안정화 의지 표명에 따라 시장의 공포 심리를 줄이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율 확대 역시 기름값을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현행 유종별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7%,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10% 수준이다. 현행법상 유류세의 감면 한도는 30%인데 탄력세율 조정 등을 통해 최대 37%의 인하효과를 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직접적인 기름값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운송·물류·화물업종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 생산 원가 상승을 막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완충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이 같은 조치들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름값을 낮출 경우 정유사들이 가격 때문에 생산을 줄이거나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을 늘려 국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조금이라도 낮을 때 사재기를 하려는 수요가 늘면 공급과 수급의 불안정이 일어날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선 고가로 수입한 원유를 정재해 저가(상한가)로 판매하는 상황이 발생해 정제마진이 축소되거나 수익성이 둔화할 가능성도 크다.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조정 기능을 왜곡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한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고 이를 장기화할 수록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책 실효성을 끌어올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