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한시 도입한다. 사진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대전시의 한 주유소를 찾아 거래상황과 유류 품질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한시 도입한다. 보통휘발유 가격 상한은 리터당 1724원, 경유는 1713원이다. 정유사는 13일 0시부터 이 가격 이하로만 주유소에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태스크포스)' 4차 회의를 열고 중동사태로 급등한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 안정화 조치를 이같이 결정했다.

1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현재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은 휘발유 1833원, 경유 1930원, 등유 1730원이다.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 동안 적용된다.


다만 해상 운송으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도서지역 등 특수 지역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은 휘발유 1743원, 경유 1732원, 등유 1339원으로 책정했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 변동률 + 제세금' 방식으로 산출됐다.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을 반영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경유), 개별소비세(등유), 부가가치세 등을 더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재설정할 계획이다. 가격 안정 효과와 국제 유가 반영 시차, 정부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7일 국내외 유가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다시 조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번 조치는 중동 상황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대응이다. 정부는 중동 사태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 등으로 향후 가격 전망도 불확실해 최고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로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단기간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 만큼 단기 대응 차원에서 최고가격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에 대해 그는 "유럽연합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 등 일부 국가가 가격 메커니즘에 개입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는 최고가격 적용으로 발생한 손실을 정부에 정산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공인회계법인 심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손실을 보전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시장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시행한다. 석유정제업자는 휘발유·경유·등유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석유판매업자 역시 폭리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다. 정유사가 특정 업체에만 공급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 판매업자가 소비자 판매를 거부하는 행위 등도 모두 금지된다.

정부는 국제 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강 차관보는 "국제 유가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류를 포함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23개도 지정했다. 세부적으로 ▲돼지고기·계란·쌀 등 먹거리 13종 ▲석유류·통신비 등 서비스 5종 ▲인쇄용지·생리용품 등 공산품 5종 등이다.

정부는 품목별 소관 부처가 가격 동향을 집중 점검하고 제도 개선 등 추가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