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나프타분해설비(NCC) 전기화 등 탈탄소 공정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책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기후솔루션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17일 '석유화학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은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석유화학 산업이 나아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탄소중립 필요성과 핵심 전환 기술에 관한 제안이 주를 이뤘다. 특히 2035 NDC 및 2050 탄소중립 달성 압박이 커지는 만큼 고탄소 배출 업종인 석유화학 산업도 구체적인 탈탄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석유화학팀 연구원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미국 청정경쟁법(CCA) 등 탄소배출과 관련한 해외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주요 수출 산업인 석유화학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탄소 중립 과제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방안으로 주요 생산설비인 NCC 전기화가 꼽힌다. NCC 전기화는 열분해 공정 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로 탄소배출 집약적인 NC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원 전환을 통해 탄소를 근본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며 "현재 해외 NCC 전기화의 기술 격차가 상당히 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신속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기술성숙도(TRL) 6단계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인 데 반해 유럽 BASF–SABIC–Linde 전기가열로 합작 프로젝트의 경우 7~8단계까지 개발 수준을 고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을 K-GX(한국형 녹색 전환) 전환 투자 패키지에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당 지원책은 ▲금융 지원 ▲석유화학특별법 핵심전략기술에 NCC 전기화 기술 적용 ▲지역별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한 전력 인프라 확충 ▲배출권 가격 현실화 등 전환 투자 수익 안정화를 골자로 한다.

독일의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15년간 탄소 가격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로 민간의 선제적 탈탄소 투자를 유인하는 장치다. 박진수 플랜잇 대표는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때 탄소 절감 및 비용 절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며 "다만 한국은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편이라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를 촉진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NCC 전기화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탈탄소 방안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장용희 LG화학 저탄소추진팀장은 "NCC 전기화는 연소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초고온 환경에서의 소재 내구성과 및 자기 운전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 확보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프라 구축 기간까지 고려하면 '즉효약'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원료 및 리사이클 제품은 상대적으로 기술 성숙도가 높고 일부 영역에서는 기존 NCC 생산설비에 즉각 활용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원유에서 출발하는 제품 밸류체인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NDC 목표 달성에 확실하다"고 했다. "전기화 NCC가 기술적 안착을 이루는 시점까지 리사이클 제품에 대한 탄소 감축 실적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달라"고 역설했다.

김동하 HD현대케미칼 팀장은 "현재 산업용 전기료가 5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고 경쟁국인 중국보다는 130% 정도 비싸다"며 "궁극적으로 전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대안으로 ECC(에탄크레킹센터)을 제시하며, 공급망 안정 기금·국민성장 펀드 등을 통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탄은 정제 과정에서 불순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친환경 원료"라며 "최대 에탄 생산국인 미국에서 저가에 원료를 수입한다면 석화기업의 탄소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