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이기홍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현재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돈협회 회장에, 11월에는 자조금관리위원장에 각각 선출됐다. 생산자단체장인 협회장이 자조금 운영을 책임지는 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는 한돈자조금 출범 이후 오랜 기간 관행처럼 유지돼 왔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예산 편성과 승인을 담당하는 자조금관리위원회와 사업을 집행하는 생산자단체의 수장이 동일인일 경우, 사업 선정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 객관적인 상호 견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돈자조금 예산의 일부는 매년 위탁사업 등의 형태로 한돈협회에 배정돼 집행되는 구조인 만큼 이해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돈자조금에는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돼 공적 성격을 띤다. 이에 따라 자조금 운영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자단체 대표가 자조금 운영까지 동시에 맡는 구조에서는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자조금인 만큼 현재 구조에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충분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한돈자조금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관례적 소비 홍보 사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관련 예산을 일부 감액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한돈자조금 전체 예산에서 소비 홍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8%, 28.1%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도 이러한 겸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2022년 축산자조금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자조금관리위원장과 생산자단체장의 겸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업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대가 제기되면서 관련 내용은 최종 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법은 위원장 선출 권한을 총회(대의원회)에 맡기고 있을 뿐 겸임을 제한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물자조금법 등 상위법에 겸임 금지 조항이 없어 단체의 자율적인 선거를 통해 위원장이 선출되고 있다"며 "한돈은 농가 수가 적고 단체의 결속력이 강하다는 특성상 겸직 경향이 타 축종보다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단점을 검토하고 자조금 단체와 합의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정부의 현재 입장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한돈협회 측은 겸직 구조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와 자조금 운영 주체가 분리될 경우 내부 갈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며 "협회장이 위원장을 겸임함으로써 사업 운영의 연속성과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해당 구조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업계 내부에서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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