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공회 회장이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재무 신뢰' 회복을 꼽았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의 첫걸음은 '투명한 재무 정보' 공개를 통한 신뢰 회복입니다."
지난 2년의 성과를 되짚어본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려면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한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 해소와 투명한 재무정보 공개를 그저 법적 의무나 비용 지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를 높이는 기회이자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전 영역에 걸쳐 AI(인공지능) 적용이 확대돼 회계산업도 대변혁의 중심에 섰지만 위기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단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문성을 통해 역할을 재편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계 투명성 확보는 기업 가치 상승으로 직결"
최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 저평가를 뜻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재무정보에 대한 신뢰 부족이라고 짚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재무정보가 만들어지는 환경, 즉 기업 지배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장기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지위에서 외부 감사인을 선임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도 감사 품질을 담보하는 출발점이라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선 경영진이 재무정보 공개를 규제에 의한 의무나 비용 지출이 아닌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기회이자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투명한 재무 정보를 적극 제공할 때 시장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정보 투명성이 높은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공회는 회계 투명성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근간임을 견지하고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사업보고서 공시의 표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동일 항목임에도 기업마다 기재 방식과 상세 수준이 서로 달라 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저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이는 자본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공시 서식과 기재 요령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 기재 시 품질의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서식의 존재보다 실질적 이행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업종별 모범 공시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거나 공시 충실도에 대한 사후 점검과 피드백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외부 감사인의 역할이 사업보고서 내 핵심 재무정보의 일관성 검토까지 확대된다면 공시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운열 한공회 회장이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회계사의 역할론에 대해 역설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이어 "다만 표준화가 지나치게 경직되면 기업 고유의 사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어 핵심 항목의 비교 가능성과 자율적 보충 설명이 균형을 이루는 유연한 체계 수립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서술형 중심의 사업보고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으나 동일 항목에 대해서도 정보의 깊이와 범위가 크게 달라져 투자자의 비교·분석이 어려운 현실도 인식한다.

그는 "현행 체계에서는 서술 자체가 정보 전달의 전부이다 보니 기업마다 무엇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공시 품질이 좌우된다"며 "이를 보완하려면 핵심 항목에 대해 표준화된 정량 데이터 표를 먼저 배치하고 서술형 설명은 해당 수치의 배경과 맥락을 보충하는 것으로 역할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공서비스 수행 방식이 점차 민간 위탁으로 확대되고 있어 재정 통제는 공공부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는 민간 영역까지 일관성 있게 작동돼야 한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그는 "매년 13조원 이상이 집행되는 민간 위탁사업비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화는 공공재정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 정비이자 핵심과제"라면서도 "실효성과 수용 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재정 규모와 위험도를 살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위기론?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
최 회장은 한국 회계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인식과 함께 회계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AI 시대 대응 방향성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국내 회계 시장이 이른바 빅4 업체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을 구조적인 과제로 인식했지만 해외 주요국도 빅4의 비중이 높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알렸다.

최 회장은 "2019년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제도가 도입되고 지난 5년 동안 당국에서는 등록요건 점검 및 품질관리 평가 결과를 통해 회계법인들의 품질관리 역량을 평가해 왔다"며 "올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계감사 품질 제고 방안'을 보면 우수 중견 회계법인을 빅4에 수준의 지정감사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보는 '특례제도 도입'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모든 중견 회계법인이 사실상 동일한 평가를 받았다면 이제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빅4 수준의 품질 역량을 갖춘 중견 회계법인에 시장참여 기회가 확대된 계기가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산업군에 걸쳐 AI의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회계사 일자리도 위협받는 실정이지만 최 회장은 이를 기회로 삼아 새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에 회계사의 전문성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최 회장은 "AI 기술 발전은 회계 및 감사 업무 수행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공인회계사의 역할과 고용 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데이터 분석 기술과 자동화 도구의 고도화로 전표 검증, 계정 분석, 이상거래 탐지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점차 AI 수행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최 회장은 "AI가 회계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역할을 재편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복잡한 회계 추정과 같이 경영 판단이 수반되는 영역에서는 AI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 회계사의 전문성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운열 한공회 회장이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 신뢰 구축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그는 "앞으로 2~3년 이런 변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과도기이며 업무 구조와 채용 관행 모두 어느 정도의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해당 기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이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미지정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습기관을 확대하고 수습제도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업계 수임 경쟁에서 촉발된 이른바 '덤핑'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 회장은 "경기회복 부진과 함께 회계업계 성장 정체도 지속됐다"며 "주기적 지정이 종료된 회사에 대한 일부 회계법인들의 지나친 수임 경쟁으로 감사 품질이 저하되고 회계투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감사인을 선정하는 내부 감시기구는 물론이고 기업 스스로도 가격보다 감사 품질을 중심 기준으로 삼아 감사인을 선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도를 높이고 자본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가격 위주의 감사인 선임 관행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최 회장은 최근 정책당국에서 발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최 회장은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생각한다"며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에 기반해 국제 정합성을 확보하면서도 국내 여건과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함께 고려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공시 정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선 '독립적 인증'이 필수"라며 "한공회와 회계업계는 재무제표 감사에서 축적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의 최적인 주체로서 자본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