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최근 소규모 지청 소속 검사 10여 명을 대규모 지청과 지방검찰청에 파견했다고 한다. 인력난으로 미제 사건이 급증하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일종의 '검사 돌려막기'다. 하반기로 예정됐던 경력검사 임관도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은 현장의 수사 공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난해 검찰을 떠난 검사는 175명으로,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수사 경험이 풍부한 15년차 이상 허리급 인력들이라고 한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현재 추세를 볼 때 올해 검사 사직 인원은 200명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형사 사법 시스템의 공백과 균열이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검 통계는 이미 경고등을 켜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5만 건 수준을 유지하던 미제 사건은 불과 2년 만에 12만 건을 넘어서며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도 평균 500건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선 수사 자체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단일 사건에 충분한 수사력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리적 한계치를 넘어선 업무량은 수사 사각지대를 넓히게 마련이다. 그 점에서 2021년 경찰이 자체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이후 '불송치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2021년 약 38만 건이던 불송치 사건은 지난해 59만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과거 검찰이 '전건 송치'를 통해 한 번 더 걸러내던 검증 시스템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검찰이 자체적인 검토를 통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비율은 지난해 2.1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검찰 개혁 이슈가 활발했던 데 비해 경찰 수사를 교차 검증하는 방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범죄 처리가 지연될수록 범죄자는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의 고통은 길어진다. 일각에선 10월 중수청이 출범하면 사건 과부하와 부실 수사 등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공소청법에 따라 기존 검사가 맡았던 사건은 중수청 등으로 넘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복잡한 사건들이 졸속으로 종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 사법 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개혁도 '국민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앞설 수는 없다. 개편의 속도가 현장의 수사 역량을 앞질러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개혁의 명분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민생 사건 처리에 공백이 없는지 제대로 따지고 보완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 일에 정치적 고려나 이해관계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수사는 제도의 실험장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보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