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은 총 358건으로, 하루 평균 12건을 웃돈다. 헌재는 이 중 194건을 심사해 모두 각하했다. "단순한 재판 불복은 청구 사유가 아니다"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한 장영하 변호사, 유튜버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 '구제역'이 낸 재판소원 등이 대표적이다.
재판소원은 도입 전부터 '사실상의 4심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만큼 헌재가 초기에 문턱을 높이 세운 것은 다행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앞으로 판단할 사건에서도 이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재판소원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예외적 절차여야지 패소한 당사자가 판결을 거듭 다투는 통로여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권의 압박이나 여론에 따라 판단 기준이 흔들리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헌재와 대법원이 판결 해석을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거나, 기관 간 힘겨루기에 나서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전에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법왜곡죄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금까지 경찰에 피소·피고발된 인원은 91명으로 법관 26명, 검사 36명 등이다.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조은석 특별검사 등이다. 명단만 보더라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법적 대응이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등이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도에 대한 판단 기준은 지극히 모호하다. 기준이 불분명하니 고발이 남발되고, 사법 현장에선 위축 효과가 나타난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선별적 수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여기에 수사관할을 둘러싼 혼선도 여전한 상황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경우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에 고발장이 제출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다. 헌재는 절제된 운영으로 재판소원의 오남용을 막는 선례를 쌓아야 하고, 국회는 법왜곡죄 구성요건을 구체화하거나 근본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법왜곡죄 고소·고발을 당사자 고소로만 한정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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