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지난 9일 풍산의 탄약 사업 부문 인수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 탄약 사업부 매각과 관련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풍산도 탄약 사업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두 회사 간 '빅딜'은 끝내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중단에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반발을 의식한 풍산이 먼저 한화 측에 매각 중단 의사를 전달했고 한화 역시 매각가 이견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부담 등이 겹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는 한화그룹의 '방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핵심으로 꼽혀왔다. 탄약 생산부터 무기 플랫폼 제작·수출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갖출 수 있어서다.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기체계와 포탄을 결합한 '패키지 수출'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올해 한화는 풍산 외에도 KAI 지분 4.99%를 확보하며 외연 확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항공우주 사업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투자지만 KAI 민영화를 염두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두고 방산업계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 기대와 독과점 심화에 따른 산업 생태계 위축 우려가 맞선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방산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이 지금보다 수출을 확대하고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같은 대형 체계 종합업체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방위산업 전반을 독식할 경우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필요한 방산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의사결정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가 산업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한 구조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