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등 국내외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전선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HVDC 케이블 모습. /사진제공=LS전선
국내 전선 업체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1분기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해외 주요국의 노후 송배전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도 본격화되며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올해 1분기 매출 9879억원, 영업이익 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5%, 44.0%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LS전선도 이번 분기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와 북미·유럽의 노후 송배전망 교체 및 증설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북미·유럽은 노후 송배전 설비 교체 수요가 누적돼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송전선의 70%가 25년 이상 됐다고 지적했고 유럽연합 집행위도 배전망의 40%가 40년 이상 노후화돼 있어 막대한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I의 급격한 확산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새로운 송배전망 건설도 늘어나며 초고압 케이블 시공에서 높은 역량을 보유한 두 기업에게 수혜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설치 역량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아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가능하단 점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초고압·해저케이블·고전압직류송전(HVDC) 시공은 높은 수준의 절연 기술과 전용 생산라인, 포설선 등 필요한 역량이 많다. LS전선은 525kV급 HVDC 케이블 양산, 국내 유일의 해저·지중 HVDC 사업 수행 경험, HVDC 전용 공장과 턴키 프로젝트 관리 국제인증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워왔다. 대한전선도 525kV 전압형 HVDC 케이블 국제 인증, 640kV급 테스트센터, 해저 시공 법인 인수 등을 통해 제품 개발부터 시험·시공까지 밸류체인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등 두 기업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시공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잇따른 호재 속에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지난해 각각 7조6300억원, 3조6633억원의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쌓았다. 수주잔고는 향후 매출로 인식될 일감을 미리 확보했단 의미인 만큼 실적 가시성이 확대됐단 평가가 나온다. 초고압·해저케이블·HVDC 사업은 생산부터 시공까지 매출이 장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구조여서 향후 실적 증가로 이어진다.

시장 전망도 밝다. 국내에선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서해안 일대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으로 보내는 4개 HVDC 송전망 구축이 핵심이다. 대규모 HVDC 해저케이블 설치, 변환소 연계, 초대형 장비가 동반돼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외 해저케이블 시공 경험이 있고 턴키 역량도 보유한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수주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력망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40년까지 전 세계 8000만km 이상의 전력망 개보수 및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전력망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구본규 LS전선 대표는 지난 1월 한국전력공사와 공동 사업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국가 인프라 안보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전 세계 전력망 시장에서 K전력의 압도적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