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중동발 유가 충격과 환율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은 '전략적 인내'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공급 충격이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될 경우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금융안정 책무는 있지만 정책 수단은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금융당국과의 공조, 정책 수단 확충, 디지털화폐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한국은행이 금리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선별적이고 복합적인 정책 조합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지난 15일 청문회 이후 닷새 만이다.
앞서 재경위는 청문회 당일과 17일 두 차례 보고서 채택을 시도했으나 장녀 국적 및 여권 사용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잇따라 불발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 공백을 장기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며 보고서 채택에 합의가 이뤄졌다.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 의견은 보고서에 소수 의견으로 기재됐다.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할 경우 신 후보자는 이창용 총재 임기 종료 직후인 21일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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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인내"…중동 변수 따라 금리 대응━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최근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대해 "현 상황에 상당히 부합한다"며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물가 압력과 경기 상황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며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정책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이나 근원물가로 전이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물가 인식에서는 신중함과 경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면서도 "유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중동 사태 장기화 시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수준보다 '쏠림'을 강조했다. 그는 "적정 환율을 특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환율이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상승 배경으로는 위험회피 심리와 함께 역외선물환(NDF) 등 장외 파생상품 거래 영향을 지목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성장 문제'로 규정했다. 신 후보자는 "가계부채는 단순한 금융안정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직결된다"며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DSR 등 거시건전성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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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는 있지만 도구 부족"…금리 중심 정책 한계━
특히 "금융안정 책무는 있지만 정책 수단이 부족하다"는 발언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금리 중심 통화정책만으로는 복합적 금융 불안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고환율과 자본 유출 우려 속에서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쉽사리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안정이라는 단일 목표에 묶인 채 금리 하나로 성장·금융안정·환율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현재의 정책 체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위원회가, 미시건전성 감독은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어 한국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외에는 직접적인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감독 권한이 분리된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의 대응 속도와 유연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 감독 권한이 없어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 후보자의 '정책 수단 부족' 발언은 단순 진단을 넘어 향후 한은 역할 재정립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재정정책과의 관계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적시·표적·한시(3T)' 원칙에 기반한 선별적 대응으로 정책 조합이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신 후보자는 CBDC를 중심으로 하되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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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건부 대응"…한은법 개정 논의 확산━
증권가에서는 신 후보자의 메시지를 '조건부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근원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며 "유가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는 시차가 있고, 공급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으로 과잉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충격이 근원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지를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한국은행의 정책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기수 서경대 교수는 "금융안정 책무 대비 수단 부족 언급은 한은의 역할을 감독과 시장 안정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신호"라며 "단순 금리 조정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금리만으로는 자금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재정정책과의 공조와 함께 정책 수단 다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한은법 개정을 통한 역할 확대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은 정책 목표에 고용 안정을 추가하거나, 감독 권한을 일부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책 목표 확대에 비해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정책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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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한계 넘을까…신현송 앞에 놓인 과제━
결국 신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금리 중심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물가·성장·금융안정·환율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정책 수단 확충과 금융당국과의 공조 체계를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은행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목표가 여러 개라면 그만큼 정책 수단도 함께 주어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기준금리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수단과 목표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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