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참석은 국익 차원에서 정당하고 시의적절하다. 이 해협을 통해 원유의 70%를 들여오는 우리에게 '항행의 자유' 보장과 지속 가능한 해상 평화 체제 구축은 국가 경제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무엇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공급망 위기감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다.
실제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39.8%로 전 세계에서 사실상 중국(40.1%) 다음으로 높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영국(21.0%)이나 프랑스(18.3%)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수입 에너지와 원료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수출입 물류의 99.7%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해협 봉쇄는 곧바로 산업 전반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회의를 주도하는 국가들과 우리의 이해가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북해 유전을 보유한 영국이나 전력의 약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와 한국은 에너지 구조부터 다르다. 호르무즈 봉쇄를 둘러싼 국익과 셈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항행의 자유'를 말해도 그 절박함과 우선순위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 우리의 이해가 저절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는 성립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여전히 남이 설정한 의제에 맞춰 입장을 정리하고 뒤따르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핵심 해상 교통로 문제는 더 이상 '참여 외교'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영국이나 프랑스가 주도하는 다자외교를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이제는 입장을 바꿔야 한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되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글로벌 어젠다를 선제적으로 설정하고, 통행과 공급망의 규범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 물론 미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 해상 질서와 공급망 규칙이 새로 짜이는 지금, 참여에 머무는 외교로는 부족하다. 고난도의 주도적 외교를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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