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본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책 실효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물가 폭등 방지, 소비 위축 완화, 유가 민감 계층에 대한 충격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다"며 "신중하게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계획대로 이행될 시 정부는 오는 23일 가격 상한선을 발표하고 24일 0시부터 이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리가 시행 여부를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은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석유제품 수요를 낮춰야 하지만 최고가격제가 오히려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2차 종전 협상이 불발되는 등 중동 긴장 재고조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국내 판매가격은 통제돼 있어 정유사 손실 보전액이 날마다 늘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편성한 정유사 손실 보전 예비비 4조2000억원이 부족해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정유·석유대리점·주유 등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유업계는 가격 상한제가 세 차례 시행되는 동안 손실 보전 기준과 최고액 정산위원회 가동 시점 등을 명확히 고지 받지 못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사가 손실액을 자체 산정해 제출해야 하지만 어떤 항목이 보전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해 자료 준비와 검증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산위원회 출범도 늦어져 손실 보전액 지급 시점이 불분명한 가운데 가격 통제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액은 불어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를 연결하는 석유대리점 업계는 유통망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며 지난 6일 긴급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호소문을 통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에서 받아오는 가격과 주유소 공급가가 동일해져 저장비·운송비·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1개월을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주유업계에선 직영과 자영주유소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정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의 기름값이 저렴하지만 최고가격제 지정 이후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직영주유소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기에 정부 가격 인하 방침을 곧바로 반영할 수 있었지만 고가의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는 자영주유소는 기름값을 바로 내릴 수 없어 격차가 벌어졌다. 가격이 저렴한 직영주유소에 소비자들이 몰리며 자영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배진영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가격 통제를 통해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낮춰주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론 관련 업계와 국가 경제, 소비자물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폭을 키워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름값을 낮추고 전 국민이 아닌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화물운송·택시업계 등에 대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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