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성과급 갈등으로 시작된 노사 분쟁이 공장과 교섭장을 넘어 총수의 사적 공간까지 번진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8일 "실질적 결정권자 앞에서 직접 외치겠다"며 5월 21일 총파업 궐기대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삼성의 이익은 노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산"이라며 자제를 촉구했지만, 해당 노조는 오히려 '총수 자택 앞'이라는 강공 카드를 택했다.
초호황기를 맞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처럼 성과급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그 불똥은 삼성전자로 옮겨붙었다. 삼성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 상한선인 '연봉의 50%' 기준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문제를 파업과도 연계하고 있다.
갈등의 여파는 이미 생산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집회가 열린 날 밤, 파운드리 생산은 58%, 메모리 생산은 18%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공정은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돼 있어 인력 이탈이나 작업 지연만으로도 사실상 조업 중단에 준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흐름이 한 번 끊기면 정상화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노조는 다음 달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30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신뢰와 공급망 안정성의 흔들림이다. 글로벌 고객사는 작은 리스크 신호에도 대체 공급선을 검토한다. 실제로 벌써부터 해외에서 공급 차질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이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공정 검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한 번 이탈한 고객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은 산업의 속성에 있다. 반도체는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설비와 연구개발에 재투입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성과를 나누는 일은 필요하지만, 기준이 단기 이익에 묶이면 장기 투자 여력을 압박할 수 있다. 대만 TSMC는 투자와 성장을 우선한 뒤 잉여 이익 범위에서 성과급을 결정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메모리 산업은 극단적인 경쟁과 속도를 요구한다"며 "혁신의 속도를 잃으면 경영진과 노동자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잔인한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성과급 논란은 기업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AI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생산 차질과 투자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충격은 주가와 투자 심리를 거쳐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노동의 기여는 존중돼야 한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특성도 외면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에 연동된 대립이 아니라 투자와 현금 흐름, 중장기 성과를 함께 반영하는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다. 더 많이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더 오래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초호황의 역설 국면이다. 삼성 노사는 '균열의 위기'를 함께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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