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사과꽃 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경남 거창군의 한 과수원. 허리춤에 전지가위를 찬 채 사과나무를 살피던 과수원 주인 이씨는 6·3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잘 모르니까 민주당을 찍는다 카는데 우리 같이 정치 좀 아는 사람들은 민주당 안 찍습니더"라며 "투표장 가면 그래도 국민의힘 찍는 사람이 많을 낍니더"라고 했다.
반면 거제 고현시장 골목에서 만난 조선소 협력업체 40대 노동자 박씨의 말은 달랐다. 그는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이며 "경남이라꼬 다 보수는 아니지예"라고 했다. 이어 "김갱수(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다시 나온다 카니까 기대하는 사람들 많심더"라며 "여당 안에서도 경험 많은 정치인 아이겠습니까. 예산이나 이런 것도 끌어오기 좋을 낀데 이제 거제도 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지예"라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4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난 4월26~27일, 이틀간 경남의 민심을 구석구석 들어봤다. 낙동강 벨트로 분류되는 김해와 양산, 남부 조선업 도시 거제, 북부 농촌 지역 거창, 서부 경남의 중심지 진주, 중부권 창원까지 찾았다. 만난 유권자는 40명 안팎. 현장에서 확인한 '보수의 텃밭' 경남의 바닥 민심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
"김경수 부울경을 잇는 철도 공약에 기대"…김해·거제 들썩━
김해 민심을 흔드는 또 다른 동력은 김경수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건 '4대 광역철도망 구축'이다. 특히 진주에서 창원, 김해를 거쳐 부산을 잇는 경전선을 수도권 GTX급 광역급행철도로 전환해 주요 도시를 3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은 지역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봉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은 "여가 김해에서 제일 장사 잘된다는 곳인데도 그동안 매출이 너무 줄어 걱정이 많았십니더"라며 "부울경을 잇는 공약에는 기대가 큽니더. 철도가 제대로 이어지면 관광객도 더 많이 오고 장사도 좀 나아지지 않겠심니까"라고 말했다.
━
"누가 뭐래도 박완수"…보수세 굳건한 창원·거창━
유권자들 사이에선 김경수 후보의 재등판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거창전통시장 일대에서 만난 광복회 독립운동가 후손 60대 박씨는 "선거라는 게 누가 흠집이 더 많은지, 또 앞으로 국민들한테 더 나은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도 보고 투표하는 거라 생각합니더"라며 "그런데 범죄 전력이 있는 김경수 지사가 다시 선거에 나온다 카는 것 자체가 좀 아이러니하지예"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돈을 그래 팍팍 풀어댄다 카는데, 우째 경제는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나빠지는 거 아입니꺼"라며 "마산에는 아무 지원도 없어서 인자 상권이 다 죽어뿟심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한때 경남 최대 도시로 꼽혔던 마산은 산업구조 변화와 마창진 행정 통합 등으로 인한 인구 유출이 겹치며 쇠퇴를 겪어왔다. 지난해 6월에는 27년간 마산 원도심을 지켜온 롯데백화점 마산점마저 문을 닫는 등 지역 경제는 악화 일로다.
━
진주 "살려주자 vs 바꿔보자" 갈라진 민심━
진주 중앙시장 한쪽에서 송골송골 땀을 흘리며 부침개를 부치던 60대 사장은 연신 뒤집개를 놀리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가 원래는 보수 텃밭 아이가. 근데 요새 국민의힘이 하도 힘을 못 쓰니까 '그래도 우리가 살려줘야 안 되겠나' 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 기회에 확 바꿔뿌자'는 사람도 있어서 민심이 딱 반반이다"라고 했다.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도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민해 봐야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당을 떠나 인물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귤을 하나 건네주던 과일가게 주인 70대 김씨는 과거 도정을 이끌었던 김경수 후보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박완수도 현직이니 안정감은 있는데, 김갱수는 여서 한 번 경남도지사 했었잖아예. 그때 참 잘했습니다"라며 "갱수는 친가는 경남 고성이고, 외갓집은 여서 가까운 데 있다 카더라고. 동네에서도 아가 참 착하고 똑똑하이 일 잘한다 카더라 아입니까"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증산역 일대서 만난 50대 여성은 "아이고, 요새는 동네서 정치 얘기 아무도 안 합니더"라며 "괜히 섣불리 정치 얘기 꺼냈다가 서로 얼굴 붉히고 싸우고 그라니까 아예 안 해버리는 기라예"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선거날 다가오면 유튜브도 좀 챙겨보고 주변 사람들 말도 찬찬히 들어보면서 그때 가서 결정해야지예"라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