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센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애플·구글·아마존이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2017년 젠슨 황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제는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코드(Code)' 한 줄이 공장 하나를, 알고리즘 한 묶음이 부처 하나를 대체할 수 있다. UAE 총리의 선언은 그 흐름의 한 변곡점일 뿐이다. 미국은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사상 처음 1조 달러(약 1400조원)까지 끌어올렸고, 2027년에는 1.5조 달러를 제안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무인기와 AI, 자율 시스템으로 흘러간다. 세상의 중심이 빠르게 '코드'로 옮겨가는 중이다.
"어우 정말 난장판이다. 정말 난장판이야 …." 한 특위위원장의 자조 섞인 독백이 마이크를 타고 흐른다. 삿대질을 이어가는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 사이에서 카메라는 누구의 얼굴도 잡지 못한 채 회의장 전경을 비춘다. 4월 30일 한국 국회의 풍경이다. 고성이 30분 넘게 이어지고 나서야 회의가 다시 시작됐다.
AI·과학·통신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난장 같은 모습이 자주 펼쳐진다. 과방위는 22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방송4법을 둘러싼 극한 정쟁의 장이 됐다. AI 기본법은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그 외 과학·AI 분야 법안은 줄줄이 밀려 표류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84시간에 걸친 과방위 속기록을 분석해봤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쿠팡 혼내기'였다(38%, 30시간). 최대 현안이자 미래 먹거리인 AI(20%), 우주항공(5%) 분야의 시간 점유율은 초라하다. 한국 정치의 핵심은 '코드'가 아니라 '데시벨'이다.
이런 시간 속에서 한국이 키운 AI 인재들은 짐을 싼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보고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AI 전문인력 5만7000명 가운데 약 1만1000명이 해외에서 일한다. 한국의 AI 전문인력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4월 발간된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도 한국을 AI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한다. 인재 유출 속도는 조사 대상 50개국 중 8위다. 정치권의 요란한 목청 싸움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떠난다. 일찍이 쇼펜하우어는 '소음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한 인간이 묵묵히 견뎌낼 수 있는 소음의 양은, 그의 지적 능력과 반비례한다."
UAE의 'AI 정부 선언'은 50%라는 자동화 목표 뿐 아니라 '2년'이라는 시한, 그리고 '도입 속도·실행의 질·재설계 역량'이라는 측정 지표도 명시했다. 한국 정치가 같은 2년 뒤 무엇으로 측정될지는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중국 AI 모델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AI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 다운로드의 41%를 가져가며 미국(36.5%)을 처음 추월했다.
'코드'는 전에 없이 맹렬한 기세로 세상을 뒤바꾸는데, 국회의 소음은 조용히 한국의 잠재력을 집어삼킨다. AI 골든타임은 이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소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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