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산회 후 눈가를 닦으며 의장석을 내려오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개헌안)에 반발해 개헌안을 포함한 모든 비쟁점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한 국민의힘을 질타하며 개헌안을 비롯한 모든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본회의를 산회했다. /사진=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개정안(개헌안)에 대해 "상정하지 않겠다"며 국회 본회의 산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사실상 무산됐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산회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전날(7일)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으로 개헌안 처리가 무산된 데 이어 이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우 의장의 임기는 이달 말 종료된다.

우 의장은 이날 개헌안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사한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헌법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결)이든 부(결)이든 의결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며 "의사결정권을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들어와 표결에 참여해 부를 던지든 가를 던지든 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다 할 수 있는데 무슨 무제한 토론인가"라며 "무제한 토론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소수파가 자기 의견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무제한 토론을 하는 것은 무제한 토론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과 책임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 갔냐"고 꼬집었다.

우 의장은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필리버스터까지 걸었다"며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판과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87명이 지난달 3일 발의한 개헌안의 골자는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 의무화와 부마민주항쟁·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명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19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최소 12명이 찬성 표결에 나서야 하는 구조였지만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 당론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현시점에서의 개헌 추진은 '6·3 지방선거용 졸속 개헌'이자 '이재명 대통령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며 반발했다.

6·3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려면 오는 10일까지 개헌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했다. 개헌안이 통과됐다면 30일 안에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산회 선언으로 지선과 국민투표 동시 실시 시나리오는 사실상 끝이 났다.

우 의장은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기회가 찾아온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외국민 여러분과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장은 우 의장의 산회 선언 전후로 여야가 고성과 야유를 주고받으며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이 단체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민주당은 "다시는 들어오지 마"라고 성토했다.

우 의장은 이날 상정이 예정됐던 50개 법안도 상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