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승리로 싸움이 끝났다. 급여가 평균 9% 인상됐다. 그때부터 바클레이즈·로이즈 등 영국 은행들이 지점·부서·개인에 대한 업무 평가를 시작했다. 일반 사무직이 아니고 전문직이라고 했으므로, 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당연하다는 것이 은행 이사회 논리였다. 급여가 점차 '개별화' 됐다. 전통적인 연공+직급제가 허물어졌다. 노조 협상이 내 연봉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줄었다. 노조 활동은 윗사람 눈치 보면서까지 할 일은 아닌 게 됐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주의가 늘었다. 급여에서 매달 나가는 조합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커졌다. 80% 수준이던 영국의 은행·보험 노조 가입률은 현재 12%(영국 정부 통계)다.
결과는 이렇다.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준다. 통상 4년 정도의 매도 금지 기간을 정해서. 성과급은 급여 계약 때 조건과 계산 방식이 약속된다. 회사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는 한 노조가 개입할 게 없다. 성과 평가는 조직과 개인으로 개별화 돼 있다. 이때의 조직은 팀 정도의 규모다. 전체 회사 수익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회사에 따라 다르다. 15%가 넘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한국인들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방식이 글로벌 표준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의 성공은 벡터(힘의 방향+크기)의 합에 달려 있으며, 인재의 밀도가 그 합을 결정하고, 결국 '하드코어'가 핵심이다."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여기에서 하드코어는 특별한 성과를 내는 임직원을 일컫는다. 팔란티어를 만든 알렉스 카프는 회사의 핵심 인재를 아티스트, 일탈자(deviant), 선교사로 칭한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일궈내는 내부자를 A플레이어로 불렀다. 구글의 검색 엔진 개척자 앨런 유스터스는 "최고 수준 엔지니어의 가치는 평균적 기술자의 300배"라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는 "출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평균적인 개발자에 비해 1만 배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에는 전 직원이 비슷하게 나누는 성과급 제도가 없다. 창업자들 생각에 그 까닭의 답이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외국 반도체 회사와 경쟁한다. 초격차 기술력에 초격차 인재 대우는 필수적이다. 지금의 성과 배분 갈등은 결국 새로운 제도로 귀결될 것이다. 기존의 골고루 나누기가 존속되기 힘들다. 그때 노조가 '내 옆의 동료가 떠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오늘의 주장을 잊지 않기 바란다. 그냥 동료가 아니라 우수한, 뛰어난 동료가 짐을 싸면 더 큰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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