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1일로 예고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파업을 앞두고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막판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최악의 경우 파업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 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다.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단할 수 있다. 발동 즉시 쟁의행위가 중지되고 노동자는 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30일간 파업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과유불급(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물극필반(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이라며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했다.

당시 삼성전자 노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또 국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을 재개한다. 정부는 이번 교섭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 간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해 왔다.

노조는 '연봉의 최대 50%'라는 성과급 상한 폐지, 연간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영업이익 10%'와 '유연한 성과급제' 등을 제안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다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들면 우리나라 주요 기업에서 비슷한 요구를 쏟아낼 수 있어서 재계 안팎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