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노사간 대화가 시작됐다. 중재 역할을 맡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수원지법은 18일, 파업 중에도 안전보호시설 유지와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을 평시 수준으로 수행하라고 결정했다. 생산시설 점거나 다른 근로자의 출입 방해도 금지했다.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파업 금지 가처분에서, 법원이 사실상 회사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쟁의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안전과 생산 기반까지 위협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단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은 명확하다. 공정이 멈추면 곧바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고, 클린룸과 설비는 24시간 관리가 필수다. 이런 구조를 외면한 채 생산 차질 자체를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피해는 기업을 넘어 협력업체와 글로벌 공급망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권리의 한계선'을 그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사법부 판단과 맞물려 사태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고,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긴급조정권은 1963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만 발동된 예외적 조치다. 대통령 역시 노동권과 경영권의 균형을 강조했다. 사법·행정·정치가 동시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이번 사태가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중재하는 두 번째 사후조정 회의가 19일까지 열린다.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협상 국면이다. 여전히 쟁점은 성과급 산정 방식과 상한선 폐지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재 그런 요구가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노조 측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AI 확산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환경에서 반도체 기업은 막대한 선행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상시적으로 감당해야 한다. 눈앞의 호황을 근거로 과실의 상당 부분을 단기 성과급으로 고착화하자는 요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잠식할 위험이 크고, 결국 그 부담은 삼성전자 구성원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파업 예고일까지 사흘도 채 남지 않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법원 결정을 존중해 5월 21일로 예정된 쟁의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측도 파국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라는 목표 아래 서로 마음을 연다면 타협의 공간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단지 한 기업이 아니다. 한국 수출과 공급망, 첨단 산업 경쟁력의 상징적 축이다. 삼성의 자존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긴급 조정권이 실제 발동되는 상황까지 가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