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성과급 협상을 타결짓고 파업 사태를 피하면서 곳곳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합의안의 핵심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반도체 부문의 '특별 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다.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성과의 10.5%로 정했다. 100조원 가량 피해가 우려되던 파업 사태는 넘겼지만, 이번 협상 결과는 '긍정'과 '위험' 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우선 회사 측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일률 지급하는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나름대로 성과급 원칙을 지킨 것은 긍정적이다. 특별 성과급에 여러 조건을 달아 완전한 고정화를 피했고 지급 기간도 10년으로 제한했다. 일정 부분 '성과 연동' 원칙을 반영한 셈이다. 특히 특별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처분 기간을 제한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현금 대신 주식 보상 방식을 택함으로써 회사의 단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조합원에게 장기적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막판 최대 쟁점이던 적자 사업부 성과급 문제도 절충점을 찾았다. 회사는 "성과 없는 곳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적자 사업부 차등 지급 원칙의 시행을 내년으로 1년 유예하며 한발 물러섰다. 노조 역시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노조 입장에선 특별 성과급 체계가 신설됐고, 배분 재원이 10.5%로 명문화되면서 새로운 '성과 배분 구조'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주목할 대목은 '숙의'의 작동이다. 협상과 결렬, 중재와 재협상을 거듭한 끝에 도출된 결과였다.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거나 감정적 충돌로 치닫는 대신, 숫자와 논리를 앞세운 끝장 토론이 이어졌다. 마지막 협상일 6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협상이 상징적 장면이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갈등을 협상의 영역으로 끌고 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위험 요인 역시 분명하다. 삼성전자의 이번 협상 모델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도미노식' 성과급 요구가 분출할 조짐이다. 이미 LG유플러스·카카오·HD현대중공업 노조에서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자칫하면 기업별·업종별 특성과 무관하게 '영업이익 N%' 요구가 일종의 새로운 기준처럼 굳어질 수 있다. 특히 적자 사업부 성과급 문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번 합의안을 적용하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사업부의 직원에게도 1억6000만원 수준의 보상이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성과주의 원칙과 조직 간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부문 중심의 합의라는 이유로 다른 사업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에선 조합원 탈퇴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외부에서는 주주단체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합의안이 주주 재산권을 침해하며 주주총회 의결 없이 추진된 만큼 무효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이후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조가 이번 합의안의 득실을 따지며 새로운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파업 사태는 넘겼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협상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난 긍정과 위험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으면서도 산업계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장기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 기반과 미래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일이다. 성과 배분 갈등이 기업 경쟁력 자체를 잠식하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노사는 물론 국가 경제 모두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