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시대의 기대감 속에 출시된 국민성장펀드의 열기가 초반부터 뜨겁다. 판매 은행에선 아침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고, 증권사 온라인 판매 물량도 10분 만에 소진됐을 정도다.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정부가 메워준다는 이례적 구조에다 투자액의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파격적 혜택까지 더해지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만하다. 전체 판매량의 20%를 서민 전용으로 배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흥행 배경은 분명하다. 현재 증시에서 대기하는 고객예탁금은 130조원으로 올들어 45%가량 불어났다. 마땅한 투자처만 있으면 언제든 움직일 대기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정책 지원까지 얹혀진 상품이 출시되자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이제 관심은 펀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과거에도 녹색성장 펀드(이명박 정부), 통일 대박 펀드(박근혜 정부), 뉴딜 펀드(문재인 정부) 등이 나왔지만 집권 초기 강력한 정책 동력으로 주목받다가 시들해진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자금 유입도 줄어들었다.
이번 국민성장펀드가 다른 점은 인공지능·에너지·바이오 등 이전보다 많은 12개의 첨단전략 산업에서 투자 기업을 발굴한다는 구상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부동산에 쏠린 시중자금을 증시로 옮기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머니 무브'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시장 육성을 위해선 증시에 좋은 기업들이 많아져야 하고, 없다면 자금을 대고 키워야 한다. 그동안 첨단 기업이 많다는 코스닥만 해도 투기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산업 생태계와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나스닥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코스피 역시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일부 대형주에 상승을 의존해온 측면이 있다
다만 뜨거운 흥행 뒤에 가려진 위험 요인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손실을 20% 보전한다지만 이는 정책자금을 포함한 전체 펀드 기준이고, 그중 일부인 민간 투자자 보전율은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세금으로 투자 손실을 메워주느냐는 논란도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것은 시장 상황이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가운데 향후 증시 변동성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글로벌 물가 상승과 국채금리 불안으로 증시 경고음이 나오는 가운데 펀드 만기는 5년으로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국민성장펀드의 미래는 흥행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에 달렸다.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기업 발굴 협의체까지 가동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펀드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이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이끌 기업을 길러내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지는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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