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인 USS 매사추세츠함의 모습. 7900t급인 이 잠수함은 2014년 미 해군이 주문하고 2020년 시공식을거쳐 2024년 진수됐으며, 시험 운항을 거쳐 2026년 3월 취역(전력화)했다. 미 해군의 공격용 잠수함은 원자력 추진으로 움직이지만 핵무기는 장착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체계만 운용한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용 12개의 수직 발사관과 4개의 어뢰 발사관이 장착됐다. 15명의 장교와 120명의 부사관 및 수병이 근무한다. 한번에 최고 3개월간 잠항할 수 있다. /사진=미 해군 사이트

정부는 약 10년 뒤인 2030년대 중반까지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1번 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26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원잠 확보 원칙과 방향을 담은 '장보고 N사업' 기본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잠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우리 힘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며 "자주국방이 확고한 나라가 완성된 국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선 원잠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인공지능(AI)·무인전투체계 중심의 군 전환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가 미래 핵심 전력인 원잠 확보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를 다지는 의미가 있다. 원잠은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은밀성을 바탕으로 평시에는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고, 유사시에는 적 핵심 전력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 복합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국가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동맹 안에서도 보다 주도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잠 확보까지는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연료로 사용할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에서 받아와야 하는데 한미 간 별도의 협정과 미 의회 승인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조 장소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한미는 향후 10년간 약 2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건조 비용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아울러 북한·중국·러시아의 반발과 견제, 일본 등 주변국의 시선에도 대응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자주국방과 동맹 강화의 균형이다. 이번 위원회에선 전작권 조기 전환도 논의됐지만, 원잠 확보와 미래 안보체제 구축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시기 못지않게 한·미 간 신뢰 강화와 전략 조율이 중요하다. 우리가 원잠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핵을 지닌 북한의 위협에 맞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확고한 억제력과 국민적 의지, 그리고 굳건한 한미동맹이 함께할 때 한반도의 평화 역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