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원 등 관계자 4명,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관계자 2명 등 13명과 이들 3개 회사 법인을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2023년 6월 대한전선이 LS전선의 기술을 유출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3년 만이다.
대한전선은 과거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을 설계한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한 의혹을 받는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한 업체이다.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을 설계했다. LS전선은 당시 가운건축에 압출, 연선 등 해저케이블 공정 설비들의 배치를 위해 각 설비의 크기, 중량, 특징 등을 명시한 도면을 제공했다.
이후 가운건축은 2023년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에 준공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가운건축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대한전선으로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중간 이음새 없이 수십~수천㎞의 '장조장(케이블을 중간 접속없이 한번에 설치하는 것)'으로 생산해야 한다.
이에 대해 LS전선은 "수십 ㎞,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 및 레이아웃은 각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정립해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며 기술 유출을 의심해왔다.
반면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으나 경찰은 가운건축이 LS전선과 맺었던 비밀 유지 약정을 깨고 회사 내부 자료를 무단으로 대한전선에 넘겼다고 판단했다.
LS전선은 이번 경찰의 판단을 계기로 대한전선에 대규모 민사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국가 핵심기술이자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며 "LS전선은 임직원들의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 막대한 투자로 축적해 온 핵심 기술과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기술 탈취 및 침해 행위에 대해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소송 규모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한전선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향후 조사 과정에서 저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검찰 송치는 수사기관의 1차 판단으로 위법성이나 책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검찰 및 법원 절차에서 관련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에 대해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전선은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타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한 사실이 없다"며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는 설계·설비·시공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참여했고 대한전선은 관련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다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협력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전선은 이미 2009년부터 수차례 해저케이블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납품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오랜 기간 해저케이블 공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공장 도면을 지속적으로 설계·수정해 오는 등 이미 관련 기술과 공장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기에 타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어질 남은 수사 및 사법절차에 책임 있고 투명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관련 사실관계와 영업비밀성에 대한 법적 쟁점들을 충실히 소명하여 당사의 결백함을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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