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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률 50%까지, 무슨 일이?━
'1980년대 초 볼보 생산 현장은 조용하지만 파괴적 반란에 직면해 있었다. 주력인 토르스란다 공장의 일일 결근율은 최고 20%에 육박했고, 연간 직원 이직률은 40% 가까이로 치솟았다. 볼보가 라인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천 명의 신입 사원을 고용하고 교육해야 했음을 의미했다.' 1987년 뉴욕타임스 기사('Making cars the Volvo way')의 한 대목이다.볼보 자동차 공장 이직률이 50%에 달했다는 기록(스웨덴 왕립공대 논문)도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자동차 공장 일은 힘들고 지루하다.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공정을 도입한 뒤 그게 국제 표준이 됐다. 고된 노동을 버티게 하는 힘은 급여다. 그런데 볼보 자동차 직원 급여는 중소 제조업체 직원이 받는 보수와 다르지 않았다. 볼보 경영진이 월급을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 없었다. '사회연대임금'이라는 제도에 금액이 묶였기 때문이었다.
스웨덴도 제조업 붐이었던 20세기 초중반에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1931년 펄프 공장 파업 투쟁에서 군의 발포로 5명이 숨진 비극도 있었다. 파업, 임금 상승, 물가 인상이 꼬리를 물었다. 1952년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다. 노총(LO) 소속 경제학자 두 명의 이름을 딴 '렌-메이드네르' 협약이 체결됐다. 노동을 수백 개 직무로 나누고 각 직무에 따라 보수를 책정했다. 예컨대, 용접공 임금은 자동차 대기업에 다니나 중소 부품 회사에 다니나 차이가 없게 됐다. 이른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다. 집권 사회민주당은 이 제도에 '사회연대임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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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기술자들 바다 건너 서독으로━
중소기업에선 임금이 올랐고, 대기업에선 임금이 깎였다. 어느 곳에선 인건비 비중이 줄었고, 다른 곳에선 부담이 치솟았다.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진 한계 기업들이 연쇄 도산했다. 기술 경쟁력 있는 대기업엔 이득이 쌓였다. 수익성 떨어지는 기업에서 돈 잘 버는 기업 쪽으로 인력이 대거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산업 개편이 이뤄졌다. 섬유 등의 경공업 비중이 줄고 기계·부품 등의 중공업에 무게가 실렸다. 정부가 사회연대임금 도입 때 의도했던 산업 고도화 구조조정이었다. 1970년대 초까지 볼보는 이 제도의 수혜자였다. 노동력을 저렴하게 쓸 수 있었다. 회사에 이익이 누적됐다. 그 돈으로 연구·개발을 열심히 했다. 3점식 안전벨트, '세이프티 케이지' 설계 등이 결과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성장은 거기까지였다. '튼튼하기는 한데 잔 고장이 많은 차'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높은 이직률에 숙련공 부족이 고착화됐다. 보수에 불만을 품은 기술자들은 대거 독일로 갔다. 발트해만 건너면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던 서독이었다. 볼보는 전자 제어장치 활용 등의 새 트렌드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가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서독 정부는 이주 노동자에게 세제 혜택까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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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스웨덴이 버린 사회연대임금━
볼보는 직원 이탈을 줄이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없애고 팀 제작 방식(8∼10명이 한 조로 차량을 제작)을 도입했지만 시장 경쟁에서 계속 뒤쳐졌다. 1983년 볼보는 사회연대임금 제도 탈퇴를 선언하고 급여 인상을 단행했다. 볼보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탈퇴 행렬에 들어섰다. 이로써 30여 년의 사회연대임금 역사가 끝났다. 그리하여 볼보는 다시 경쟁력을 되찾았을까? 그런 해피엔딩은 오지 않았다. 1980년대 말 트럭과 특수차량 부문을 제외한 일반 자동차 부문을 미국 포드에 매각했다. 그리고 2010년 포드는 볼보 자동차를 중국 지리(Geely) 자동차에 팔았다. 스웨덴의 다른 자동차 회사 사브(Saab)도 볼보와 비슷한 운명을 겪다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E)에 인수됐고, 2016년에 회사가 아예 사라졌다. 독일 포르쉐의 터보엔진 기술은 독일로 간 사브 엔지니어에 의해 완성됐다. 중국에서 생산된 볼보 차에는 '메이드 인 스웨덴' 대신 '메이드 바이 스웨덴'이라는 문구가 달렸는데, 2023년 한국 세관당국은 소비자 혼동을 유발한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오늘날 스웨덴엔 사회연대임금과 같은 평등주의적 정책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소개한다. '스웨덴의 총 공공사회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략) 스웨덴은 이제 인구 대비 억만장자 수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와 게임 산업 덕분이다.' 지난달 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회연대임금' 도입을 위한 토론회을 제안하며 스웨덴을 언급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놀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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