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 후보가 4일 당선이 확정된 이후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뉴시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하며 입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거머쥐게 됐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경북·경남 4곳을 지키며 최소한의 견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과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선 야권의 대선 잠룡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등이 막판 보수층 결집을 불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부산 전재수(50.52%) ▲인천 박찬대(52.84%) ▲광주 민형배(79.01%) ▲대전 허태정(53.48%) ▲울산 김상욱(48.73%) ▲세종 조상호(61.03%) ▲경기 추미애(55.04%) ▲강원 우상호(51.81%) ▲충북 신용한(54.57%) ▲충남 박수현(52.53%) ▲전북 이원택(51.22%) ▲제주 위성곤(63.11%) 등 12곳에서 당선됐다.


서울에선 오세훈 후보가 49.00%(251만7224표)를 얻어 정원오 민주당 후보(48.28%·248만40표)를 3만375표 차로 따돌렸다. 개표 초반 정 후보가 크게 앞섰으나 개표율 93.80%를 기점으로 오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개표가 가장 늦어진 송파구의 잔여표가 막판에 집계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국민의힘은 서울을 비롯해 대구·경북·경남 4곳에서 승리했다. 대구에서 추경호 후보가 53.92%로 김부겸 민주당 후보(45.05%)를, 경북에서 이철우 후보가 67.24%로 오중기 민주당 후보(32.75%)를 누르고 영남 텃밭을 지켰다. 경남에선 박완수 후보가 51.40%로 김경수 민주당 후보(48.59%)를 4만8583표 차로 제쳤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에선 민주당이 9곳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대구 달성군 후보 ▲유의동 경기 평택을 후보 ▲김태규 울산 남구갑 후보 ▲윤용근 충남 공주·부여·청양 후보 등 4곳에서 이겼다.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민주당 텃밭이던 부산 북갑에서 하정우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 등 당권파와 거리를 둔 한동훈·유의동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막판 보수 결집이 승부를 갈랐다고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가 결집했고 그로 인해 중도의 투표 참여도 높아졌다"며 "결정적 계기는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을 특검이 사실상 공소 취소할 수 있는 길을 연 법안이 투표를 망설이던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냈고 중도층 이탈도 부른 촉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를 "민주당의 불편한 완승"으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이 완승한 것은 맞지만 서울을 놓쳤고 한동훈 후보의 당선을 허용했다"며 "정청래 대표나 대통령실 입장에선 불편한 완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심판과 정권 견제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며 "윤석열·장동혁 체제에 등을 돌리고 지도부와 거리를 둔 보수 인사는 살려둔 게 민심"이라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윤석열 정권 검찰·국정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특검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국민의힘은 '셀프 면죄 특검'이라며 반발해왔다.
서울에서 오 후보가 승리한 또다른 배경으로 집값 급등을 거치며 서울 표심이 보수화한 점도 꼽힌다. 재건축·세금 등 부동산 현안에 민감한 강남3구와 용산·성동 등 한강벨트에서 보수세가 두드러졌고, 이 흐름이 막판 역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른 전국 단위 선거로 국민의힘이 일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만인 2018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와 닮은 구도다. 당시 민주당은 17곳 중 14곳을 가져갔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경북 2곳에 그쳤으며 제주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차지했다.

민주당은 전국 227곳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선거에서도 앞섰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1위 현황은 ▲민주당 120곳 ▲국민의힘 94곳 ▲조국혁신당 2곳 ▲무소속 11곳이었다.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진영이 우세했다.

선거 최종 투표율은 60.9%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내란 청산'을 앞세운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으로 맞선 국민의힘 사이에서 양 진영 지지층이 결집한 데다 중도층도 대거 투표장으로 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과는 2028년 총선과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8년처럼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14곳 이상 가져갔다면 차기 총선에서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론이 부각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서울과 영남에서 4곳을 지키며 최소한의 견제 기반을 마련하면서 총선과 차기 대선 구도는 다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