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위기는 유통의 평가 기준마저 바꾸고 있다. 과거 의약품 유통 경쟁력은 ▲품목 확보 ▲거래처 확대 ▲전국 유통망 확장 ▲대량 물량 처리 ▲비용 절감 등 외형 성장과 효율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투명성과 안전성이 핵심 가치로 꼽히며 공급망 충격이 닥쳤을 때 필요한 의약품을 필요한 지역에 끊이지 않고 안전하게 보내는 능력이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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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형 유통 구조의 한계━
국내 의약품 유통은 오랜 기간 다품목·다거래처 중심의 분산형 구조로 운영돼 왔다. 평소에는 넓은 거래망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수급이 흔들릴 때는 복잡한 유통 단계와 영세한 사업 구조가 오히려 병목 현상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에서는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영세성 ▲복잡한 도매상 간 거래 ▲물류비 증가 ▲정보 비대칭성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공동물류센터 조성 ▲유통 구조 단순화 ▲도매업체 대형화·계열화 ▲불필요한 도매상 간 거래 제한 등을 제시했다.
인슐린 등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에 대해 지역거점별 배송을 위한 '도매상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시장구조를 단순화해 불필요한 중간 거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급 충격이 닥쳐도 필요한 의약품이 소규모 약국과 비수도권 지역에 끊기지 않도록 유통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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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급망 통제 강화와 국내 범부처 민관 공조 본격화━
공급망 위기 이후 제도적 정비는 해외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급망 개입 권한을 확대했다. 제조량 보고, 생산 중단 통지, 대체 공급원 정보 제출, 위험관리계획 유지 의무를 확대하고 공급량 우려 품목에 대해서는 심사와 실사를 먼저 처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국내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제도적 대응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의약품 수급불안정 개선을 위한 대응 절차 정비'를 발표했다. 현황 파악부터 생산, 유통, 수요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실무 가이드라인을 정비한 것이다.
정보의 투명성도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심평원 의약품 종합정보포털(KPIS)의 데이터를 대한약사회 등 약국 현장 시스템과 연계해 약사들이 도매상별 부족 의약품 보유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해당 데이터를 사후 모니터링에 활용해 소규모 약국 균등 분배를 지원하고 비정상적 유통 흐름을 분석해 가수요나 끼워팔기를 단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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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형 거점도매, 의약품 품절 대란 속 '국민 건강권' 지킬 해법 될까━
이 같은 정책적·사회적 요구 속에서 대웅제약이 추진하는 '블록형 거점도매'는 단순한 영업 전략을 넘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권역별 책임 공급 체계를 구축한 시도로 평가받는다.대웅제약에 따르면 블록형 거점도매는 단순 거래처 확장을 지양한다. 대신 수급 불안이나 물류 충격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치료 공백을 막는 데 집중한다. 권역별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비수도권과 소규모 약국까지 의약품을 공평하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의약품 유통의 선진화는 시장 논리에 따른 효율성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시간 정보 공유, 정확한 수요 예측, 권역별 우선 배분 기준 확립을 통해 유통 과정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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