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달러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에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기존의 오전 9시~다음 날 오전 2시이던 거래 시간이 6일부터 월요일 오전 6시~토요일 오전 6시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동안 야간의 7시간 거래 공백을 해소하는 것은 외환 당국의 숙제였다. 특히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역외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원화 가치가 왜곡되고, 다음날 정규장 개장과 동시에 충격이 한 번에 반영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반복되던 부작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수출입 업체들은 원하는 시간에 거래할 수 있어 환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고,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원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조치가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지도 주목된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면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난달 편입 시도가 실패했다. MSCI는 한국의 시급한 과제로 외환시장 접근성을 꼽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인 기대감과 별개로 현재 불안한 원·달러 환율은 예의주시할 변수다. 지난 2분기의 평균 환율은 1501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고,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복합적으로 환율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 당국이 다섯차례나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24시간 거래가 환율 불안을 재촉하지 않으려면 초기 변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 야간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해외의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야간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라는 주문도 나오는데, 이 역시 외환 당국이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제도는 '원화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시금석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트라우마에 갇혀 빗장을 잠가왔던 외환 시장이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다. 정부는 이달 중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외국인들이 해외 시장에서 자유롭게 원화를 거래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24시간 거래 제도가 디딤돌이 되도록 초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