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무안·동부 등으로 쪼개진 지역주의와 맞물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종전 근무지 보장, 조직·인사 운영, 청사 배치, 핵심 부서 집중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최고 정점이자 320만 시민의 수장인 민형배 통합특별시장의 '말 바꾸기식 화법'은 도리어 혼란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민 시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달 23일 나주에서 열린 서남권 당선인 업무공유회에서 "서남권이 원한다면 특별시장이 무안청사에 상근하고 기획·인사·예산 등 기관 유지 기능을 무안청사에 두는 것도 가능하다"고 호기롭게 밝혔다. 또한 "정치인들이 협의해서 계획을 가져오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확답까지 보탰다.
이에 서남권 정치권은 즉각 협의에 착수해 사흘 만인 같은 달 26일, 박지원·서삼석·김원이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장·군수 당선인들이 대거 참여한 '공동의견 합의안'을 도출해 민 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지난달 22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대변인이 밝힌 민 시장의 구상은 전혀 달랐다. 정무와 기관 유지 등 알짜배기 기능은 광주청사에, 산업·경제는 동부청사에 두고 무안청사에는 역할이 모호한 '시민주권 기능'만을 배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서남권 주민들이 "사실상 광주 중심의 '일극 체제'를 고수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남권 지역민들은 "민 시장이 요구한 대로 서남권 공동의견 합의문을 전달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돌아온 것은 민 시장의 말 바꾸기와 두루뭉술한 회피뿐"이라고 꼬집고 있다. 게다가 최근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이 최종 확정되면서, 해남 솔라시도에 대기업 유치를 기대했던 서남권의 박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에 서남권이 마지막 카드 통합특별시 핵심기능 무안청사(전남도청) 유지에 목을 메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무안청사에서 열린 첫 타운홀미팅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무안 주민들은 기획·예산·인사 등 기관 유지의 핵심 기능이 광주로 쏠리면 서남권의 공동화와 지역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침묵 피켓 시위로 호소했다. 서남권 주민들에게 청사 배치는 단순한 공간 분할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권이 걸린 사투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민시장이 내놓은 답변은 서남권 지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허탈감과 울분을 안겼다. 불과 보름 전 서남권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주청사라는 개념은 없다. 광주·무안·순천 세 곳 모두가 주청사"라며 "청사와 지역 발전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심지어 핵심 기능을 무안청사에 배치해 달라는 시민들의 간곡한 요청에 민 시장은 "무안군수 등 관계자들과 합의를 구해 오라. 그럼 그렇게 하겠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즉답을 피했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난맥상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결과다. 광주 중심의 독식을 우려하는 서남권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번 행정통합은 상생의 시너지가 아닌 끝없는 갈등의 늪이 될 뿐이다.
민 시장은 더 이상 임기응변식 화법으로 지역민의 불신을 키워서는 안 된다. 갈등을 해소할 공식적인 기구를 마련하고 청사 배치와 기능 분산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것이 행정 수장으로서의 책무다. 서남권의 절박한 호소에 진정성 있는 해답을 내놓을 때 비로소 통합특별시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질 것이다. 민 시장의 위기 대처 능력은 이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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