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채무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금융기관이 지급명령을 통해 채권의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도 개선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에 예외적으로 허용해온 공시송달 특례를 폐지해 상환 능력이 희박한 채무자까지 장기간 추심에 노출되는 문제를 막기로 했다.
15일 금융위원회는 법무부와 함께 금융기관에 적용해온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를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도 강제집행 권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간이한 분쟁 해결 절차다. 원칙적으로 지급명령 절차에서는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지만, 정부는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화전문회사 등 일부 금융·공공기관에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해왔다. 현재 총 26개 기관이 특례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상환 가능성이 희박한 채무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채무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기간 추심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업무 편의를 위해 간소화된 공시송달 요건이 채무자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법무부는 공시송달 특례를 전면 폐지해 금융기관이 소멸시효 연장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다. 금융위도 개인금융채권에 대해 '원칙적 시효 완성, 예외적 연장'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선다.


우선 이미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은 상각채권의 소멸시효를 계속 연장하며 장기간 회수를 시도하는 관행을 개선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을 개정해 오는 9월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개인금융채권의 소멸시효가 처음 도래하는 시점에 시효를 완성하는 조건으로만 대손 인정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별 개인금융채권 소멸시효 완성 실적에 대한 보고·공시 시스템도 마련한다.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개해 금융기관의 소멸시효 완성 유인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9월까지 금융기관이 개인금융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시효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관련 기준을 각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한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을 막고 연체채권의 적극적인 정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장기 연체의 늪에 빠진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무분별한 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환 능력이 희박한 채무자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지급명령을 신청해 장기간 추심하는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