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의료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8주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나 자동차보험 보장이 자동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왼쪽)·하행선 방향 차량 이동 모습. /사진=뉴스1
오는 9월부터 교통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가 8주 넘게 치료받으려면 별도의 의료 검토를 거쳐야 한다. 다만 사고 발생 후 8주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치료나 자동차보험 보장이 곧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면 보험으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고 심사에 필요한 서류 발급비와 검토 기간 중 치료비도 보험사가 부담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는 이른바 '8주 룰'이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8주 지나도 자동 중단 아냐
제도 적용 대상은 시행일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자동차사고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 가운데 염좌·타박상 환자다. 척추 염좌, 팔·다리 관절이나 근육·힘줄의 단순 염좌, 갈비뼈 골절이 없는 흉부 타박상, 손발가락 관절 염좌 등이 대표적이다. 골절이나 수술이 필요한 중상환자까지 일률적으로 8주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는 아니다.

경상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내야 한다. 보험사나 자동차공제조합이 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보내 검토를 요청하면 자배원 소속 전문 의료인이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해 환자와 보험사·공제조합에 결과를 알린다.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자배원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자는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환자가 직접 신청하거나 보험사 등을 통해 접수하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 즉 보험사가 자체 판단만으로 8주 이후 치료를 바로 끊는 구조는 아니다.
진단서 비용·심사 중 치료비는 보험사가 부담
새 절차로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진단서 등 검토 서류 발급 비용은 보험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한다. 검토가 끝날 때까지 발생한 치료비도 지연 기간을 포함해 보험사가 내도록 했다. 기존에는 자동차공제조합이 치료 연장을 위한 진단서 발급비를 부담하지 않았지만 제도 시행 후에는 공제조합도 비용을 부담한다.

임산부와 7세 이하 영유아는 염좌나 타박상 환자라도 별도의 치료 필요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8주 이후에도 치료받을 수 있다. 정부는 종합병원 경력 10년 이상의 의과·한의과 전문의 약 200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행 후에는 분기마다 결과를 분석해 대상과 심사 기준을 보완하기로 했다.
과잉진료 줄여 보험료 부담 낮출까
8주 룰은 교통사고 환자 수가 줄어도 치료비는 늘어나는 과잉진료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됐다. 경상환자 치료비는 2019년 1조원에서 2024년 1조4100억원으로 41% 불어났다. 같은 기간 환자 수는 155만4000명에서 148만800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장기 치료 구간에서 한방 진료 이용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과잉진료 논란을 키웠다.

자동차보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4.5%로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80%대 초반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8주 룰은 당초 지난해 초 도입이 거론됐지만 의료계 반발과 심사체계 조율 등을 거치며 시행 시기가 약 1년6개월 미뤄졌다. 의료계에서는 상해등급 분류가 실제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필요한 치료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심사 속도와 기준의 일관성, 환자 안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적정 배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나이롱환자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