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즙과 공정여행
에코라이프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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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공정여행이 사업이 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초저가 여행상품 경쟁으로 피터지고 있는 한국 여행상품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제값 내고, 조금은 불편함이 수반되는 여행상품을 사람들이 과연 구매하겠느냐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 내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바래왔던 인식의 변화가 마치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가 정말 빠르기는 빠른가보다. 서구에서 10여년에 걸쳐서 일어났던 변화들이 불과 2, 3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몇일 전 지하철에서 무심코 광고들을 보다 보니 "모두가 함께웃는 착한여행 - 공정여행"이라는 카피가 쓰여있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일반여행업협회가 공동으로 게시한 이 광고물에는 "내가 여행하는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우리 대신 지하철 광고도 다 해주는구나 반갑기도 했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체 항공권 가격도 안되는 가격의 여행 패키지 상품이 어떤 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대형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태국-파타야 3박5일 상품에 끼어 가 본 적이 있었다. 옵션투어는 현지 가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비쌌고, 마지막 날은 라텍스부터 시작해서 쇼핑샵을 무려 7군데를 끌려다녔다. 식당과 마사지샵, 휴게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공식 프로그램중 그 어느 것에서도 태국인들과 만날 기회는 없었다. 태국인 가이드가 따라다녔지만, 한국인 가이드는 태국인 가이드와 여행자들이 한마디도 말을 섞을 수 없게 막았다. 한국인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방콕을 뱀과 떠돌이 개들이 돌아다니는 슬럼가처럼 묘사했고, 태국인들을 여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소매치기로 묘사했다. 론리플래닛에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아시아의 거점도시 방콕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우범지대로 둔갑했다.
캄보디아는 더 심각하다. 3박5일 일정중 여행다운 여행은 앙코르와트 6시간이 전부고 나머지는 모두 쇼핑에 할애된다. 심지어는 가짜 상황버섯을 수십만원에 판다. 태국과 중국에서는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빨아먹는 쇼핑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이런 저질 여행상품들이 아시아를 점령하고 있는 이유는 저가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여행사들 때문이다. 현지의 가이드들은 본사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못한 채 관광객을 받아서 먹이고 재우고 투어를 시켜야한다. 그러니 그들은 옵션으로 바가지를 씌워 호텔비를 벌어야 하고, 쇼핑에서 커미션을 남겨 자신의 인건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실상이 손님들에게 알려지면 안되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도 벙어리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여행자들은 결국 돈은 돈대로 다 내고 저질 여행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에까지 버섯 파는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불공정'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수치'가 될 판이다.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2011년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가 10월 8일부터 경주에서 열린다. 이 총회의 메인 컨셉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정해졌다. 21세기 관광이 나아갈 방향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서 '공정여행'으로 합의되고 있는 마당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더 뒤처지지 않으려면, 진심으로 "지역과 환경"을 고민하는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지하철 광고판에만 "현지 문화와 더 가깝게, 현지인들과 더 살갑게!"라고 써놓을 일이 아니라, 저질 쇼핑투어부터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 그것이 공정여행 광고를 보고도 못내 씁쓸한 이유였다.
몇일 전 지하철에서 무심코 광고들을 보다 보니 "모두가 함께웃는 착한여행 - 공정여행"이라는 카피가 쓰여있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일반여행업협회가 공동으로 게시한 이 광고물에는 "내가 여행하는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공정여행"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우리 대신 지하철 광고도 다 해주는구나 반갑기도 했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체 항공권 가격도 안되는 가격의 여행 패키지 상품이 어떤 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대형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태국-파타야 3박5일 상품에 끼어 가 본 적이 있었다. 옵션투어는 현지 가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비쌌고, 마지막 날은 라텍스부터 시작해서 쇼핑샵을 무려 7군데를 끌려다녔다. 식당과 마사지샵, 휴게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공식 프로그램중 그 어느 것에서도 태국인들과 만날 기회는 없었다. 태국인 가이드가 따라다녔지만, 한국인 가이드는 태국인 가이드와 여행자들이 한마디도 말을 섞을 수 없게 막았다. 한국인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방콕을 뱀과 떠돌이 개들이 돌아다니는 슬럼가처럼 묘사했고, 태국인들을 여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소매치기로 묘사했다. 론리플래닛에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아시아의 거점도시 방콕이 한국 여행자들에게 우범지대로 둔갑했다.
캄보디아는 더 심각하다. 3박5일 일정중 여행다운 여행은 앙코르와트 6시간이 전부고 나머지는 모두 쇼핑에 할애된다. 심지어는 가짜 상황버섯을 수십만원에 판다. 태국과 중국에서는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을 빨아먹는 쇼핑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이런 저질 여행상품들이 아시아를 점령하고 있는 이유는 저가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여행사들 때문이다. 현지의 가이드들은 본사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못한 채 관광객을 받아서 먹이고 재우고 투어를 시켜야한다. 그러니 그들은 옵션으로 바가지를 씌워 호텔비를 벌어야 하고, 쇼핑에서 커미션을 남겨 자신의 인건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실상이 손님들에게 알려지면 안되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 가이드도 벙어리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여행자들은 결국 돈은 돈대로 다 내고 저질 여행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에까지 버섯 파는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고 하니, '불공정'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수치'가 될 판이다.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2011년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 총회가 10월 8일부터 경주에서 열린다. 이 총회의 메인 컨셉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정해졌다. 21세기 관광이 나아갈 방향은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서 '공정여행'으로 합의되고 있는 마당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더 뒤처지지 않으려면, 진심으로 "지역과 환경"을 고민하는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지하철 광고판에만 "현지 문화와 더 가깝게, 현지인들과 더 살갑게!"라고 써놓을 일이 아니라, 저질 쇼핑투어부터 근절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 그것이 공정여행 광고를 보고도 못내 씁쓸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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