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의 기업분할 작업이 본격화됐다. 분할 계획을 발표한 지 약 4개월만에 한국타이어는 존속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신설회사(한국타이어)로 분할을 완료하고, 지난 9월1일자로 최대주주인 조양래 회장(75)과 장남인 조현식 사장(42)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5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회사 분할을 결의하며 조현범 사장(40)을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한 '분할 작업'에 한층 가속도를 내게 됐다. 기존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은 존속법인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경영을 맡는다.
이번 기업분할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그동안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최대주주로 물러서 있던 조양래 회장의 경영복귀다.
◆'왕의 귀환'…타이어 치중 수익구조 개선이 '과제'
조 회장은 1985년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대표이사로 3년 간 회사를 이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전문경영인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었지만 이번 기업 분할을 계기로 조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근 24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체제를 택한 것"이라며 "한국타이어는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월드와이드는 자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체제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7)의 둘째 동생인 조 회장은 1937년생으로 경기고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졸업한 후 한국타이어 상무이사를 거쳐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동안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면서 지난해 매출(6조890억원)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의 타이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따라서 이번 조 회장의 복귀로 재계의 시선은 한국타이어가 과연 타이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외형 확장을 통한 타이어전문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실제 한국타이어그룹은 전체 수익의 95% 이상이 타이어사업에서 발생해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조 회장이 향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지가 관전거리다.
◆두 아들 향한 경영승계 '퍼즐' 맞춰지나
'오너의 복귀'는 자연스레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해석을 낳는다. 대표이사로의 회귀를 택한 조 회장의 이번 행보 역시 두 아들을 위한 후계구도를 생각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특히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체제를 갖춘 것이 두 아들로의 상속을 간단하게 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총수가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지주사가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분할로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사장은 지주회사격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장을 맡게 됐다. 이는 곧 장남은 지주회사 대표로 신사업 부문을 이끌고, 차남은 기존의 타이어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조 회장의 '양 날개'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조현식 사장을 '각자 대표체제'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 역시 합의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벗어나 혼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했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해석을 만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지주사 전환(기업분할) 과정에서 복귀했다는 것은 결국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의미"라며 "타이어와 비타이어로 사업을 나눠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비타이어 부문을 맡고 있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 한국타이어 등 3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지, MKT홀딩스 등과 10여개 해외법인을 갖고 있다.
◆조현범 vs 조현식, 힘의 균형 이룰까
한국타이어의 향후 경영구도는 두 아들로 '교통정리'가 된 듯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장남보다는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파워'가 더 실리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타이어의 지분만 봐도 그렇다. 가장 많은 15.99%를 갖고 있는 조 회장 다음으로 조현범 사장이 7.10%의 지분을 보유해 형인 조현식 사장(5.79%) 보다 많다.
지난 4월25일 분할계획이 발표된 당시 신설된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본부장에 당초 내정된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대신해 조현범 사장이 선임됐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기업분할이 지주회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관점에서 이 회사의 대표이사에 선임된 조현식 사장이 그룹 내 입지가 격상된 것은 맞다. 하지만 사실상 신설법인인 조현범 사장의 한국타이어가 그룹 전체 매출의 97.8%에 이르는 타이어사업을 계속하게 돼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맡게 되는 지주회사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 아들의 파워구도에서 조현식 사장은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이기도 한 조현범 사장은 지난 2008년 '사위 게이트'의 당사자로 지목되며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다.
조 회장의 복귀와 맞물려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 한국타이어그룹의 기업분할. 조양래 부자(父子)의 한국타이어호가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