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사는 혜민 스님. UC버클리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모자라 현재 햄프셔 대학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천재(?) 스님. 우리가 알고 있던, 깊은 산속 사찰에 앉아 홀로 명상을 하는 스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행보다. 


혜민 스님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말과 함께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트위터 팔로어 9만명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진출해 전 국민적으로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오래 전, 유학 차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이내 종교학에 심취하게 됐고 우연히 학교 근처에 있는 사찰을 발견했다. 미국 기숙사 특유의 파티 문화와 잘 맞지 않았던 그는 때마침 좋은 기회로 여기고, 주지 스님의 허락을 받아 그곳에서 기거하며 통학을 했다. 아침저녁으로 좌선하고 명상하며 불자의 길을 가게 된 끝에, 하버드대 석사 과정 중 출가했다.


세계적인 대학을 나온 학구파 스님이지만 대중에 알려지게 된 것은 트위터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미국에 살던 당시, 하루 종일 영어를 쓰다 보니 우리나라 말로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처음에는 신변잡기 위주로 트윗을 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이 어떤 모양으로 올라오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그의 트윗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후부터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느꼈던 성찰과 깨달음이 있는 글만 지속적으로 올리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 책 역시 궁극적으로 남과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 내가 남을 위로하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나부터 위로가 되는 이치에 기반한다. 책에서는 ‘그냥 있음’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한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마음이 빠져있기 때문이므로, 마음을 현재 이 시간에 놓아볼 것을 권한다. 과거에서 떠나 현재 이 순간을 생각하며 ‘그냥 있어 보는’ 것이다.


걱정이 걱정을 낳고, 한번 수렁에 빠진 마음은 도무지 헤어나올 줄 모른다. 하면 할수록 힘든 것이 걱정이며, 마음을 다독일수록 오히려 마음의 짐은 무거워져만 간다.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그런 생각들이 딱 멈췄을 때, 바로 이때 떠오른다. 자신이 쏟아놓은 수많은 상념이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에 지금 있음 그대로를 직시하고 가만히 있다 보면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화(化)할 것이며, 여기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지혜가 나온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사실 제목부터가 책의 주제와 내용을 그대로 함축적으로 전하고 있다. 세상살이에 치이는 현대인들은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빠, 어느 순간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할 때가 많다. 그렇게 세상도 나 자신도 바쁘게 돌아갈 때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 들여다보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화, 짜증, 두려움, 불안 등을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금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과 방향을 되찾는다.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