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계를 살리기 위한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7~8월에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관련법안은 올해 정기국회(9월)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선박금융공사가 사실상 설립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연구원은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어떤 방식으로 설립해야 하는지, 또 해외 선박금융공사는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지를 연구·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뉴스1 이종덕 기자  

◆선박금융공사 설립 방식은?
 
선박금융공사는 박근혜 정권의 대선공약 중 하나다. 부산지역에서는 2년 전부터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요구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관련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정책금융공사가 2조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문제는 설립방식이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의 설립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공동출자하는 형식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금융공기업과 선박금융공사간의 통합이 불가피해진다.
 
민간업계에서는 금융공기업과 선박금융공사가 통합될 경우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선박분야의 금융시장은 현재 약 40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부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은행자금을 모두 선박금융공사로 통합한다면 공사가 설립된다고 해도 현재 은행이 지원하는 자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가 설립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존의 은행과 통합되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면서 "은행은 은행대로, 금융공사는 금융공사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선박금융 대출은 각 은행들이 시장논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면서 "선박금융공사는 시장논리에 맞는 구심점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을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100% 현금출자 할 경우 정부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은행, 한국선주협회, 한국조선협회 등이 출자하면 자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환 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학장은 "정부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자본금"이라며 "정부지분 51%, 민간투자자 49% 방식으로 금융공사가 설립되면 자본금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참여기관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박금융 두고 은행권 표정 제각각
 
선박금융공사 설립소식에 은행권 표정은 제각각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선박금융공사 설립 후 통합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한국국제협력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수출입금융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자원개발 금융, 대외협력기금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숙원과제로 삼아왔다. 또 최근 자본금을 현재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려 플랜트나 선박,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선박금융공사와 통합될 경우 이 기획안은 사실상 무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출입은행이 선박금융공사에 대규모 출자하게 될 경우 자본금을 15조원으로 늘리는 계획도 쉽지 않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부서 이동이다. 예컨대 선박금융부를 선박금융공사에 넘길 경우 수출입은행 선박금융부는 사실상 부산이전이 불가피해진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부산으로 이전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여유로운 표정이다. 캠코는 2008년 자회사인 캠코선박운용을 설립해 선박펀드를 운용, 중소선사를 지원한 바 있다. 지원방식은 당장 자금이 부족한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선박담보대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후 중소선사는 5000억원에 구입한 선박을 헐값인 2000억원에 매각해 부족한 자금을 메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캠코선박운용은 중소선사가 필요한 자금을 선박담보대출 형식으로 지원해 사실상 중소선박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금은 매달 이자와 원금을 갚는 형식이다. 캠코는 2008년부터 올해 2월말 현재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중소선사를 중심으로 33척의 선박을 인수했으며, 지원방식도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캠코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위해 캠코선박운용의 기능을 넓히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떤 방식이든 정부 정책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수협은행은 선박금융에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물밑작업에 나서고 있다. 수협은행은 선박금융공사 설립보다는 정부가 지원해줄 경우 수협은행 자체만으로도 선박금융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2조원의 출자금이 필요한데, 수협은행이 이 기능을 하게 되면 정부지원금 1조원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또 정부가 수협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선박금융공사보다는 수협은행을 통해 어선이나 선박금융을 지원하면 은행과 선박업계 모두 높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수협은행은 전통적으로 수산업 금융에 강하다. 아직 정부는 선박금융공사 설립과 관련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검토단계에 불과하다. 이르면 오는 이달 중으로 수협은행의 입장을 정리해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선박금융이란
조선사가 자기자금만으로 선박건조가 어려울 경우 선박을 담보로 받는 장기융자를 말한다. 거액의 선가(船價)에 따라 융자액이 높고 건조기간이 길어 가격변동에 의한 리스크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해외의 경우 선박금융을 국가가 직접 관여하며, 우리나라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주로 취급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