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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매입가격 놓고 캠코와 이견… 정부 졸속 추진도 부담
다중 채무자의 채무부담을 경감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이 3월29일 본격 출범했다.
정부는 4월22일부터 30일까지 가접수 신청을 받고 5월1일부터 10월 말까지 본접수를 시작하기로 했다. 채무자가 신청접수를 하면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상담과 상환방식, 대출규모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안내해주고 필요한 상환금액을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개인 빚을 탕감해주기로 하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채무자들이 일부러 연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연체율은 1.26%에 달했다. 전월(1.17%)에 비해 0.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가계신용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1월(1.08%)보다 0.13%포인트 증가한 1.21%를 기록했다.
금융권은 손익계산에 바빠졌다. 6개월 이상 된 연체채권을 정부에 일괄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좋은지, 사후정산방식으로 가는 게 이익인지 주판알 튕기기에 나섰다. 연체채권을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정부와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부 일방통행에 은행권 '부글부글'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 지점이 많은 은행의 경우 연체채권 적정가격과 회수능력 비중을 모두 파악하려면 최소 3~4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한달여 만에 매각가격을 결정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지금 방식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A은행 고위 관계자)
지난 3월11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민행복기금 채권 매입 및 매입 산정방법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열었다. 캠코는 금융권 여신담당자에게 신용회복지원 협약 최종안을 배포하고 동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각 실무진들에게 협약 체결 내용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지난 3월 캠코가 금융권 실무진과 회의를 가진 것은 총 14번이다. 금융권의 의견을 듣고 협의안을 찾는 것이 목적이지만 서둘러 매듭을 짓겠다는 속내가 더 크다는 게 내부 시선이다.
섣부른 협의안 중재에 시중은행들은 하나 같이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나마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경우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사실상 채무능력 미달로 판단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제1금융권은 상황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우량고객이 많아 1년 미만 연체자들도 회수능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사간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채권 매입가격이다. 당초 캠코는 금융사별로 4~7%대의 매입가격률을 정해 금융권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정금액이 낮다며 금융권의 반발이 심해지자 재협상에 들어갔다.
결국 최종 결의안으로 채택된 것이 확정치방식과 사후정산방식 두가지다. 확정치방식은 은행의 연체채권을 정부에 일괄적으로 매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부실채권을 한번에 사들이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건전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후정산방식은 정부가 금융회사로부터 연체채권을 매입한 뒤 추가수익이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가져가고,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제2금융권은 확정치방식을, 제1금융권은 사후정산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연체자의 경우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정부의 (연체채권) 매입을 환영한다"면서 "정부 시행정책에 따라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보름 이상 시간이 남아 있어 시간을 두고 (매입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정부 정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은행만 행복한 대책?… 갑론을박 논란 확산
그렇다면 시장에서는 은행의 연체채권 매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에 따라 의견이 다양하다. 우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은행의 건전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 배만 채우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이다.
대우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연체채권 매각은 은행 자산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원금대비 8% 정도의 낮은 가격에 국민행복기금을 매각하더라도 은행 입장에서 손실 규모가 크지 않고, 추가부실 확산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국민행복기금 출범으로 은행들의 가계부채 위험(리스크)이 줄어 은행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은행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전문가들도 있다. A증권 연구원은 "은행에 전반적으로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고된 악재"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빚 탕감 자체가 부실채권 등을 싸게 파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그 부담은 다시 은행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은행 배만 채우는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소비자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연체채권 매입가격이 약 8~1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현재 6개월 이상 연체된 신용대출은 부실채권시장에서 보통 5% 미만의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인데 정부가 매입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도 논평에서 "캠코가 연체채권 중 회수된 이익금을 금융회사에게 배분하겠다고 한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의 채권추심업을 하겠다고 자청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으로 금융권에 대한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면서 "어떤 방식이든 가계대출 축소와 연체자들을 구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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