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공부·고객과의 신뢰, 그리고 뜨거운 열정

매년 4월부터 6월까지는 보험사 연도대상 시즌이다. 연도대상은 보험사가 그해 실적이 가장 좋은 설계사를 선정해 수상하는 행사로, 방송국이나 영화계의 연말시상식과 비슷하다. 설계사들은 천차만별인 고객을 만날 때마다 겪는 수모와 영업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매년 연도대상을 바라보고 영업전선에 뛰어든다.

설계사라는 직업은 사실 나이·성별·학력 등과 무관하게 열려있는 직종 중 하나다.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설계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설계사와 포화된 시장상황으로 최고의 설계사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의 커리어, 열정으로 뭉친 설계사들은 영업현장에서 빛나기 마련이다.


◆"고객은 발전하지 않는 사람 알아본다"
 
미국 보스턴 메사추세츠주립대 회계학과 졸업, 외국계 은행 근무, 중앙대·고려대 영어강사, 삼성전자 사내 어학강사, 디스커버리 에듀케이션 번역작업. 국내 대기업 임직원의 화려한 이력서로 보이지만 주인공은 현재 한화생명 FP(Financial Planner)로 활동하고 있다.
 
한화생명 GFP수원지점의 황일연 매니저(35)는 학력, 외국어 등 어느 하나 '스펙'이 부족하지 않다. 학창시절 황 매니저는 유전자 연구에 관심이 많아 유전학과에 진학했지만 가정형편으로 외국계 은행에 취업했다. 은행 취업 후 본격적으로 금융에 관심을 가진 그는 4년간 벌었던 돈으로 메사추세츠주립대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황 매니저는 중앙대, 고려대, 삼성전자 등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황 매니저의 금융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금융권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그는 2011년 9월, 한화생명 FP가 돼 영업현장에 뛰어들었다.
 
FP를 시작했지만 주변지인들의 선입견은 견고했다. "요즘 어렵냐", "학벌도 좋은 사람이 왜 이런일을 하냐"는 핀잔에 지친 황 매니저는 속칭 '지인영업'이 아닌 '개척영업'에 몰두했다.

황 매니저의 열정과 영업방식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황 매니저는 총 7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 그의 월평균 소득은 700만원이며 입문 17개월만에 팀원 5명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발탁됐다.

황 매니저는 고객을 만났을 때 자사 상품만 추천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보험이 아닌 타 금융상품도 고객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어야 한다"며 "신뢰가 없는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고 '정직'은 고객 응대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황 매니저는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공부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고객"이라며 "아무리 화려한 언변도 제도변화와 시장흐름을 모르면 금방 들통 난다"고 말했다.

5년 뒤 지점장을 꿈꾸는 황 매니저는 재무분야 박사과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매니저로서 팀원들에게 좀 더 많은 영업 노하우와 재무컨설팅 능력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감동을 담은 선물이 최고"

올해 나이 25세에 불과한 메리츠화재 서초MFC지역단 김보라 MFC(Metro Financial Consultant)는 보험설계사를 시작한지 1년여 만에 '최고'가 됐다. 금융과 보험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대졸출신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김보라 MFC는 대학교 4학년부터 금융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레 메리츠화재 인턴십으로 입문했다. 인턴과정 수료 후 MFC로 발탁된 그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지역단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설계사 중 3개월 연속 지역단 최고실적을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 

김 MFC의 가장 큰 영업전략은 자신감이다. 그는 "입사할 때부터 고객 앞에 설 때는 항상 당당했다"고 말했다. 그가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만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나기 전 자신만의 상품자료 및 금융관련 정보를 담은 '세일즈북'을 들고 다닌 것.

그의 또 하나의 강점은 장소를 불문하고 고객을 돕는 '진심'이다. 한때 병원신세를 졌던 시절, 그는 교통사고로 입원한 주변 환자의 보상과정을 꼼꼼히 살펴줬다. 이를 고맙게 여긴 그 환자가 보험과 관련된 문의를 하기 위해 김 MFC를 찾았고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선물도 그만의 노하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고객사진을 이용해 머그잔을 제작한다거나 재테크 시작을 위한 저금통을 선물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쌓았다. 김 MFC는 "부담스러운 고액 선물보다 정성이 담긴 선물이 고객을 더 크게 감동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령에서 RC까지…
 
만약 당신이 육군 대령으로 예편해 매월 연금이 꼬박꼬박 나온다면? 연금 수령으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됨에도 보험영업에 뛰어들어 제2의 인생을 사는 설계사가 있다. 바로 삼성화재 광교지점의 천세만 RC(Risk Consultant)다.

천 RC가 보험영업에 뛰어든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암선고를 받고 7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2년여간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그는 예편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하는 상황에서 삼성화재 RC를 선택했다.

어느새 입사 9년차 RC가 된 그는 기부, 봉사활동, 헌혈 등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아원, 소록도, 교도소, 군부대 등 여러 곳을 후원하고 있는 그는 헌혈도 벌써 112회나 했다. 천 RC의 목표는 실적이 아니다. 앞으로 10년간 이 일을 꾸준히 해 1억원의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삼성화재에는 '외국인 전담 상담사'도 있다. 인천콜센터의 민인경 사원이 주인공이다. 민 사원의 겉모습은 평범한 주부이지만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실력으로 '제1호 외국인 전담 상담사'가 됐다.

민 사원은 파트타임 상담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인을 상담할 일이 발생했다. 기존 상담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콜센터는 영문과 출신의 민 사원을 연결했고 그는 해당 고객의 문제를 풀어냈다. 이것이 외국인 전용 1호 상담사의 시작이었다.

민 사원의 가장 큰 강점은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다. 그는 "타지에서 사고를 당해 애태우던 외국인 고객이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해오면 회사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 사원은 이어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하느라 여가시간이 없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완벽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