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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의결권 행사 제한…시중은행 영향은 크지 않을 듯
경제민주화 바람은 금산분리 원칙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낮추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지난 2일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카드 등 제2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제한 '원상복귀'
금산분리는'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쉽게 풀이하자면 고객의 돈을 모아 기업활동을 하는 금융사를 산업자본인 일반기업이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산분리가 법안으로 탄생한 것은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배경으로 금산분리는 '은산(銀産)분리'로 불리기도 했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규모에 비해 자기자본비중이 낮다. 자기자본보다는 고객, 즉 예금자의 돈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이러한 은행이 기업의 지배를 받는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고수익 창출을 위해 위험도가 높은 곳에 투자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맡긴 예금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예금주인 서민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최근에는 보험사, 증권사 등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이용해 기업 내 지배주주를 강화하는 사례가 발생해 금산분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두 법안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한도를 9%에서 4%까지 줄이는 것으로 '금산분리 강화법'으로 불린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9%까지 늘렸다. 산업자본의 유입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에서다. 그랬던 것이 현 정부로 바뀌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이 국내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의 지분율이 4%를 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5% 제한…왜?
금산분리 원칙이 기업의 금융사 지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금융사가 기업을 지배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금융사의 총수 및 오너가 고객 돈으로 다른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10일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행 15%에서 5%로 점차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합을 오는 2014년 10%로 낮추고 2015년 8%, 2016년 6%, 2017년 최종 5%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강석훈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들은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총수들이 고객의 돈을 이용해 지배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의결권 합이 5%로 제한되면 일부 금융사는 보유지분을 매각하거나 비금융계열사의 경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이 축소되면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돼 있다"며 "일부 대기업 집단은 5%가 넘는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그룹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1%(1062만2814주)를 보유 중이며 삼성화재는 1.26%(185만6370)를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총 8.47%로 강 의원이 발의한 법이 통과되면 양사는 2015년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의결권이 제한되는 삼성전자의 지분 보유와 관련해 해결책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연기'…보험사 한숨 돌렸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또 다른 법안 중 하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이다. 이 법안은 금융감독당국이 대주주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으로 6월 임시국회 중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법안의 세부내용에서 이견을 보여 9월로 미뤄졌다.
지난해 8월 김기식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대주주 자격심사를 카드, 보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만약 대주주가 적격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10% 초과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6개월 이내에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를 강제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주주 기준'과 '지분 강제매각'이라는 세부내용을 놓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처리가 무산됐다. '대주주 기준'에 대해 야당에서는 계열사 지분을 통해 제2금융사를 지배하고 있는 총수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직접적인 최대주주만 적용해야 한다며 이견을 냈다.
지분 강제매각의 경우 정부 및 여당은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 카드,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총수 및 오너가 지배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대주주인 총수 및 오너가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의결권의 제한과 지분 강제매각을 당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당법안에서 주식의 강제매각 부분이 제외된 채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도 "금융사의 총수 및 오너의 주식 강제매각은 금융사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오너가 없는 은행과 그렇지 않은 제2금융권에 같은 기준의 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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