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인센티브로 100억, 주식 팔아 1조…말 못할 사정은 '돈'이었네

신한카드가 올 상반기 비자인터내셔널 주식 매각으로 871억원의 수익을 거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신한카드뿐 아니라 비자인터내셔널 주식으로 국내 전업카드사 대부분이 상당한 매각이익을 취했다.

국제브랜드 카드수수료 논란 당시 침묵하거나 인하 압박에 사실상 동조했던 국내카드사들이 국제브랜드 카드사인 비자카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국내카드사들은 비자·마스타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보상까지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카드사, 연 최대 100억원이상 인센티브 챙겨
 
금융당국이 해외겸용카드에 제동을 걸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카드사들은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열을 올렸다. 카드발급 시 해외겸용카드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가 시작된 것도 불과 2년 전부터다.
 
해외겸용카드 발급률이 높았던 데는 국내카드사들의 숨은 속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카드사들은 해외겸용카드 발급실적과 이용액에 따라 비자·마스타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로부터 인센티브(보상)를 받아왔다. 국내카드사들은 서비스수수료로 지급했던 비용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되돌려 받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브랜드 카드사 관계자는 "국제브랜드 카드사 매출의 상당한 부분이 국내카드사에 인센티브로 지급되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가 호황을 누리던 때에는 매출(수수료 총액)의 절반이상이 인센티브로 지출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카드시장은 세계 3~5위에 들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국내 결제에 대한 네트워크 사용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아태지역 하위권"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제브랜드 해외겸용카드의 연회비도 국내카드사들이 챙긴 짭짤한 수입이다. 통상 국내전용카드의 연회비는 2000~8000원인 반면 해외겸용카드는 5000~1만5000원에 달한다.
 
◆ 비자 주식매각 이익…1조 달해
 
더욱이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국내카드사들은 비자카드에 무상으로 주식을 배당받기도 했다. 당시 비자카드는 신한카드에 789만9000주, BC카드 661만9000주, 외환카드 321만9000주, 삼성카드 314만9000주, 국민카드 241만주, 현대카드 189만6000주, 롯데카드 95만7000주 등을 무상 제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2008년에만 비자카드 주식 처분이익 2250억원, 수증 특별이익 1292억원을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카드사들이 취한 비자카드 매각 관련이익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비자카드의 주가가 최근 200달러에 달하는 등 상장 당시 공모가(44달러) 대비 5배가량 올라 향후 이익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신한카드는 주식 52만7000주를 871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수료 인하 논란에 "말없이 끄덕"
 
이처럼 국내카드사들이 국제브랜드 카드사로부터 점차 돌아서게 된 것은 인센티브 축소와 더불어 수익성 악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카드사들은 국제브랜드 카드수수료 인하를 기대했고 이에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던 지급수수료 논란을 내심 반가워했다.
 
수수료 논란은 국내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는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국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국감 당시 안덕수 의원(새누리당) 등은 국내 카드사들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6월까지 국내사용에 대한 분담금으로 3776억원을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수수료 논란이 수년 동안 반복돼 왔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공식적인 답변을 꺼려왔다. 그러다 지난 2011년 BC카드가 비자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하면서 국제카드사에 지급해온 총 수수료를 공개하는 등 반발이 시작됐다.
 
당시 BC카드를 제외한 국내카드사들은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점차 타 카드사들도 중국 은련카드나 일본 JCB 등과 직접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앞장섰던 국내카드사들이 눈치를 보며 비자·마스타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에게 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카드사들은 은련카드 등과의 제휴카드 발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금융당국의 권고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직접 제휴한 카드 또한 타 카드사의 결제망을 빌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불하던 해외결제망 사용에 대한 수수료를 다른 카드사들에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해외수수료 부담이 없어졌다고 광고했지만 결제망을 빌렸으면 수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국내카드사들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브랜드 수수료 논란 어떻게 되나

비자·마스타 등 국제브랜드 카드사의 결제수수료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사안 중 하나다. 올해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안덕수 의원실 관계자는 "국제브랜드 카드사 수수료 지급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이번 국감에서도 관련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안덕수 의원은 "국내 카드사들이 해외 브랜드사에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불한 국내사용 분담금이 3776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해외망을 이용한 해외 결제분에 대한 분담금은 타당하지만, 국내망을 이용하는 국내 결제분에 대해서도 분담금을 지불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제브랜드 카드사 관계자는 "논란이 된 국내사용 분담금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 수수료이며 이는 국제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